아시아나 ‘회계 쇼크’ 벗어났지만… 투자자들 불안은 여전

신민기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19-03-27 03:00 수정 2019-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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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견 ‘한정’서 ‘적정’ 변경

아시아나항공이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으면서 감사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시장에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영업이익이 당초 밝힌 것보다 대폭 줄어든 데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차입금 상환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6일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함께 제출된 수정 재무제표에 따르면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7조1834억 원(전년 대비 +8.9%), 영업이익은 282억 원(전년 대비 ―88.5%), 당기순손실은 1959억 원(적자 전환)으로 나타났다. 당초 공시한 재무제표에 비해 이익은 크게 줄고, 손실 규모는 불어났다.

수정된 재무제표에서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은 마일리지에 대한 회계처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비행기를 타는 고객들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이렇게 쌓인 마일리지는 무료 항공권을 받거나, 항공권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마일리지를 언제 수익으로 잡느냐는 것이다. 가령 100만 원짜리 항공권을 구입했을 때 마일리지가 1만 점이라면, 당장 항공권 판매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은 1만 원 상당의 마일리지를 제외한 99만 원뿐이다. 마일리지 1만 점은 추후 고객이 사용하면 수익으로 바뀌는 ‘이연수익’이다. 고객이 마일리지를 모두 사용할지, 쓴다면 언제 쓸지는 추정할 수밖에 없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마일리지 이연수익을 더 보수적으로 추정했고, 아시아나항공 측은 넉넉하게 추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 차이로 매출액 390억 원이 줄었다.

운용리스 항공기를 나중에 반납할 때 드는 정비 비용을 얼마나 쌓아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이 비용을 나눠서 미리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충당금 추가 설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는 비용이 증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손익이 개선되고 회계 부담과 재무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명에도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 매매가 재개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급락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98% 하락한 3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회사인 금호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5.91% 하락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에 대해 자동 매도한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조정에 따른 차입금 상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잔액은 1조1328억 원에 달한다. 이 ABS에는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 즉시 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걸려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존 매출채권 유동화 차입금이 일시에 조기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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