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SNS 먹통

정임수 논설위원

입력 2019-03-15 03:00 수정 2019-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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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시쯤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접속이 아예 안 되거나 일부 기능이 제한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먹통 사고였다. 전날 구글의 이메일, 클라우드 서비스가 3시간 넘게 접속이 안 된 데 이어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서비스가 연이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글로벌 먹통’이 된 SNS들은 실은 한 식구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2012년 인수한 사진 중심의 SNS이고, 와츠앱은 페북이 2014년 190억 달러에 사들인 모바일 메신저다. SNS 접속 장애는 종종 있었지만 세계 27억 명이 쓰는 ‘페북 패밀리’가 한꺼번에 불통됐다는 점에서 이번이 최악의 사고라 할 만하다. 이용자들은 트위터 등 다른 SNS에 ‘#facebookdown’이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불만을 쏟아냈다. 페북, 인스타그램을 끼고 사는 스마트폰 세대는 ‘멘붕’ 상태였다. SNS의 ‘좋아요’ 클릭과 댓글은 페북 공동 창업자인 숀 파커 스스로 ‘도파민’에 비유할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먹통 사고로 체면을 구겼지만 IT 기업들은 여전히 기고만장했다. 9시간 만에 복구된 인스타그램은 “우리가 돌아왔다(We’re back)”는 글과 함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환호하는 사진만 달랑 올렸다. 재발 방지나 소비자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페북 측도 장애 원인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구글도 마찬가지였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자회사 유튜브가 먹통이 됐을 때도 원인이나 규모에 대해 함구했다.

▷이러니 IT 공룡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미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거대 IT 기업이 경쟁을 없애버렸다”며 페북 구글 아마존 등을 해체해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 등 지식인들도 분할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자 페북은 워런의 대선 캠페인 광고를 삭제하는 식으로 맞섰고, IT 기업의 초권력 논란을 키우는 꼴이 됐다. SNS의 먹통도 문제지만 IT 공룡들의 소통의 먹통이 더 문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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