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기간 긴데 세제혜택 쥐꼬리” 외면 당한 ‘만능통장’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3-05 03:00 수정 2019-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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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 출시 3년


2016년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되자마자 부리나케 은행에 달려가 ISA 가입을 했던 직장인 김모 씨(36). 정부가 “국민 재산을 불려주기 위해 만든 세제 혜택 금융상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무조건 가입을 하는 게 이득일 것 같았다. 하지만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지난해 초 ISA를 해지하고 말았다. 그는 “가입할 때는 끝까지 버텨 세제 혜택을 누리자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니 뜻대로 안 되더라”며 “가입기간을 채워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도 너무 제한적”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국민 재산 증식을 목표로 ‘만능 통장’이란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출시된 ISA가 이달 14일로 ‘세 돌’을 맞이한다. 하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11월 말 240만5863명에까지 달했던 가입자는 2017년 12월 말 211만996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019년 1월 말 기준 가입자도 214만4940명으로 계속 정체 상태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 적금,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연간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5년간 최대 1억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서민형의 경우 연 400만 원(일반형은 2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순수익에 대해서도 일반 금융상품(15.4%)과 달리 9.9% 분리과세가 적용돼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ISA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도인출을 허용하고, 서민형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ISA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우선 세제 혜택이 너무 적다는 점이 꼽힌다. 수년간 돈이 묶이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쥐꼬리’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서민형 가입자가 순소득 400만 원을 올렸다고 해도 소득세율(15.4%)을 감안하면 실제로 세제 혜택을 받아 아낄 수 있는 돈은 62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 프리미엄 잠실센터장은 “비과세 혜택이 크지 않다 보니 가입기간이 긴 ISA에 가입하기보다는 차라리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 스스로 돈을 굴리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출시된 금융상품이라 정권 교체 후에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홍보가 미지근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밀어붙인 상품이다 보니 솔직히 정권이 바뀐 후 더 이상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공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ISA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 혜택 및 가입 대상 확대 등 좀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의 경우 가입자격에 소득 기준을 두지 않았고, 우리와 달리 모든 순이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보영 선임연구원은 “영국과 일본이 지속적인 개편을 통해 성공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듯이 우리도 정부와 금융회사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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