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 클래식뮤지컬로 탄생

정상연 기자

입력 2019-02-26 03:00 수정 2019-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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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컨슈머]흰물결아트센터


#“또 신발 잃어버렸냐? 너도 남의 신발 하나 신고 와봐라∼”

섬에서 도시로 입학시험을 보러 갔는데 누가 내 신발을 훔쳐간 것이다. 입학 후에도 계속해서 도둑맞다 열 켤레 째 잃어버린 날, 냄새나는 신발짝을 신고 온 나를 보고 어머니는 “너처럼 요령 없는 사람이 커서 밥벌이라도 하겠냐!”며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나도 장래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요령 부려도 사는 길’이 있다면, 반대로 ‘요령 부리지 않고도 사는 길’이 있을 것 같았다.(‘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 중에서)

요령 부리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수없이 체험하며 활발히 활동하던 윤학 변호사. 지금 그는 삭막한 대법원 앞에 ‘흰물결아트센터’를 열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책만을 출판하고 있다. 그가 왜 수익도 나지 않고 힘겹기만 한 출판과 공연에 힘을 쏟게 되었을까?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에는 그 답이 쓰여 있다.

‘월간독자Reader’와 ‘가톨릭다이제스트’를 매월 발간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로만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아니 감동을 넘어 영감을 주고 싶다.” 그는 “신발을 훔쳐갔던 친구들도 책을 읽고 ‘내가 훔쳤었다’고 고백하러 나를 찾아온다면…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런 꿈이라도 꿀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며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인터넷 시대에 누가 책을 보겠느냐”, “상업광고 없는 잡지는 망할 수밖에 없다”며 만류했다. 그는 ‘내용만 좋으면 그걸 알아보는 독자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고집으로 상업광고 한 페이지 없이 진솔한 내용의 글을 싣는 데에만 집중했다. 자극적인 정보, 단편적인 지식, 무책임한 비난만 난무하는 세상에 균형 잡힌 시각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책을 보면 어느 한 곳 허투루 한 게 없다. 맨 앞장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읽는다”는 독자들의 호평이 이어져 지금은 8만부를 발행하는 잡지가 되었다.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는 윤 대표가 10년간 ‘월간독자Reader’에 연재해 마니아층이 생길 만큼 재미와 감동을 주었던 엑기스만 모은 책이다. 이 책 덕분에 삶이 변했다며 수많은 독자들이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인간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문화예술이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얼마나 일깨우는지’ 느끼며 오늘도 글과 공연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클래식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흰물결아트센터에서 클래식뮤지컬 ‘첫사랑’과 ‘베토벤’을 공연했다. ‘잃어버린 신발 열 켤레’도 클래식뮤지컬로 만들어 6월 29일 개막공연을 한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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