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젊은이여 싸우라
이정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1-07 03:00 수정 2019-01-07 07:52
이정재 서울대 명예교수
“인류는 수천 년 동안 21개의 문명이 발생, 성장, 쇠퇴, 해체와 재탄생을 거치면서 멸절하거나 자식문명으로 연결되어 왔다.”―아널드 조지프 토인비 ‘역사의 한 연구’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문명의 변화는 역경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인간의 노력, 즉 ‘도전에 대한 응전’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자기결정 능력’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결과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하라가 사막화되면서 인류는 거주지를 옮기거나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다. 생활 기반을 목축으로 바꾼 이들은 유목민이 됐고, 남쪽으로 이주한 이들은 원시생활을 계속했다. 북쪽으로 이주해 추운 기후를 극복한 이들만이 이집트와 수메르 문명을 만들어 ‘문명의 어머니’가 됐다. 이도 저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은 멸절했다.
반면 이탈리아 제2의 도시였던 카푸아는 풍요로운 평원인데도 산악으로 험준한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카푸아는 한니발과의 칸나에전투에서 패배했다.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 군대도 안락한 카푸아를 겨울철 영지로 정한 뒤 게을러져 그 이후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현대의 걸작인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꾸준히 이윤이 창출돼야 하는 경제구조다. 나는 최근 ‘헬조선(지옥+조선)’이라는 말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외치는 ‘인간성의 비명’을 듣는다. 인류의 신성한 정신적 가치였던 ‘노동과 여가’는 지금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효율과 이윤 창조’로 대체되고 있다. 자본의 도전에 대항하려는 청춘들이 헬조선이라는 비명을 지른다.
부디 젊은 세대가 헬조선에 굴복해 인간성을 잃거나 소수의 불평분자로 남거나 타인의 로봇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 놀라운 응전(應戰)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보여주기 바란다. 모든 역사를 관통해 온 ‘자유로운 인간’의 발자취가 이번에도 꼭 지켜지기를 빈다.
이정재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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