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일석삼조 효과 노린다

장영훈 기자

입력 2018-12-04 03:00 수정 2018-1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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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령화-인구감소 해소 위해 농촌서 창업 땐 최대 3000만원 지원
청년일자리 -마을재생 등 난제 해결
2022년 의성군에 시범마을 조성… 매력있는 미래형 주거단지 만들어


1일 경북 문경시 산양면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윤보영 시인, 도원우 청년 대표, 채종만 현리 이장, 한성기 경북경제진흥원 도시청년시골파견지원센터장(왼쪽부터)이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1일 오후 4시 경북 문경시 산양면 현리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한옥 카페인 화수헌(花樹軒·꽃과 나무가 많은 집)에 모였다. 이곳은 경북도가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원하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호점이다. 2347m² 마당에 고풍스러운 한옥 게스트하우스 2채가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는 이날 이색적인 행사가 주민 축하 속에 열렸다. 커피 시인으로 많이 알려진 윤보영 씨와 도원우 청년 대표, 채종만 현리 이장, 한성기 경북경제진흥원 도시청년시골파견지원센터장이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협약을 체결했다.

고향이 문경인 윤 씨는 5년간 자신의 시 1000편을 마을에서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기증하고 이를 접목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주민들과 함께 정기적인 시낭송 대회를 열고 시 쓰기 특강 같은 재능기부 행사를 연다. 이날 그의 독자들은 협약을 기념해 공동 모금한 꽃씨 기금 100만 원과 구절초 모종 3000포기를 마을에 기부했다.

전강원 경북도 일자리청년정책관은 “경북의 상당수 시골마을이 심각한 소멸 위기에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마을은 재생을 넘어 창생(蒼生)이 절실한데 이번 협력 사업이 농어촌 마을을 새롭게 가꾸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골마을의 새 희망으로 떠올라

경북도의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청년 유입 정책이다. 만 39세 이하 청년들이 농촌에서 창업하면 사업을 평가해 최대 2년간 매년 3000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전국 공모를 통해 3개 팀, 10명을 선정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마을 재생이라는 난제를 새롭게 풀어내려는 도전이다.

화수헌은 인천 채(蔡)씨 집성촌인 현리마을 입구 근처에 있다. 문경시는 1800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고택을 개·보수해 청년들에게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겼다. 노인 1, 2명이 사는 40여 가구의 마을에 도시청년 5명이 들어와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채 이장은 “이웃사촌이 된 청년들이 그저 흐뭇하다.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지난해 7월부터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지원을 받아 창업을 준비했다. 부산과 대구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라서 마음이 잘 맞는다고 한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장을 조사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올 9월 정식으로 문을 연 이후 매일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사업 초기지만 최근까지 6500여 명이 다녀갔다. 대부분 20, 30대 젊은층이다. 8, 9월 월평균 매출은 1000여만 원이다.

대구에서 왔다는 권혜영 씨(38·여)는 “문경에 관광을 왔다가 예쁜 한옥 카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자체 개발한 떡 와플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고 말했다.

마을과의 상생도 눈에 띈다. 카페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인 오미자와 미숫가루 등은 현리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회의를 열어 청년들의 고민거리였던 주차장을 마련해 줬다. 도 대표는 “내년부터 쌀도 구입할 생각”이라며 “사업 여건에 따라 농산물 구입량을 차츰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올 6월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사업’에 응모해 마을정비 사업비 8억 원을 확보했다. 마을 산책길과 소풍 장소 등을 조성해 주변 환경을 개선한다. 청년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면서 젊은층을 지속적으로 불러 모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로 확대

3일 산양면 한옥 카페 ‘화수헌’에서 직원 양동규 씨, 도원우 대표, 직원 김보민 씨, 전강원 경북도 일자리청년정책관, 신동철 주무관(왼쪽에서 시계방향)이 내년 운영 계획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북도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가 성과가 나옴에 따라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이 대표 정책이다. 귀농한 청년들이 주거, 의료, 문화, 복지 시설을 걱정하지 않는 복합 시범마을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농촌경제 활성화, 저출산 극복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게 경북도의 목표다.

시골마을에 창업한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주거와 의료 문제다. 일례로 도 대표와 청년들도 현리마을이 아닌 문경 시내에 집을 구해 출퇴근하고 있다. 도 대표는 “일터와 가까운 마을에 집을 구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의성군 안계면에 시범마을을 조성한다. 2022년까지 약 1743억 원을 들여 청년 임대주택 100가구를 우선 조성하고 일자리 창출 속도에 따라 200가구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 유치,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매력 있는 미래형 주거단지 조성 △정주 여건 개선 △이웃사촌 공동체 강화 △청년 유인 마케팅 등 5대 분야 23개 사업을 추진한다.

단기적으로 창농(농업 활용 창업)과 문화예술 창업 지원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반려동물 문화센터를 건립해 관련 기업을 유치한다. 먼저 내년에 스마트팜 20개 동을 지어 청년들에게 임대할 계획이다.

송경창 경북도 일자리경제산업실장은 “소아청소년, 산부인과, 응급의료 등 3대 필수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다른 지자체 및 특수목적대학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도시청년들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경=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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