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보이나 감리대상 아니다…‘승계’ 의혹 묘수찾은 증선위

뉴스1

입력 2018-11-14 20:02 수정 2018-11-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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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인정해 2015년만 ‘고의’ 판단…내부문건은 검찰로
금융위 권위·금감원 자존심 살리고 물산 감리카드 살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1년7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공정가치로 평가한 것이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담당 임원 해임, 과징금 80억원 과징금도 물렸다.

하지만 증선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사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가치 평가를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지난 1차 감리에서 사상 초유의 ‘재감리’ 라는 묘안을 찾은 증선위가 이번에도 다른 ‘묘수’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범 증선위원장 겸 금융위 부위원장은 14일 기자브리핑에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2015년 5월 삼정·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가치 평가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참고하려는 목적’으로 증선위의 감리나 감독 대상이 아니다. 자본시장법이나 외부감사법 규제 밖의 것으로 증선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감리는 2015년 말 재무제표를 확정하는 회계 처리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이다”며 “당시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공정가치로 평가한 수치 적정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의 가치평가는 Δ재무제표 표기 목적 Δ합병 적정성 검토 목적 Δ기업 내부 참고 목적 등 3가지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의 과정에서 국회 등에서 의혹을 제기한 2015년 5월 삼정·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평가는 세 번째 내부 참고 목적의 평가”라고 짚었다. 이번 심의에 정통한 관계자도 “이번 금감원 감리나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는 가치평가 적정성 자체를 다루지는 않았다”면서 “이에 대한 판단은 검찰 몫으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사상 초유의 재감리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첫 감리에서 내린 결론을 관철시켰다. 약 2개월의 재감리에서 ‘스모킹 건(분식회계 핵심 증거)’인 삼성 내부 문건을 손에 넣은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증선위는 삼성의 내부 문건을 통해 고의성 즉 ‘어떤 목적성’은 인정하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조정을 통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선 증선위의 권한 밖이라는 논리로 피해 가면서 공을 검찰로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바이오 감사인인 회계법인은 징계를 받아 어느 정도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영업정지 등 중징계는 피하는 상황이 됐다. 위반 정도가 고의가 아닌 과실(안진), 중과실(삼정)이기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딜로이트안진(안진)이 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엔 그 정도 여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증선위는 이번 결정으로 금융당국의 권위와 금감원의 자존심, 회계법인의 신뢰성을 모두 방어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삼성바이오다. 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심사 등을 피하고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은 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뿐 아니라 그 배경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해 감리에 들어가는 경우의 수도 현재진행형이다. 김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가 바뀌면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수정될 수 있다. 이를 지켜보고 감리 필요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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