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용산 미군기지, 114년 만에 일반인 출입 허용

뉴스1

입력 2018-11-02 17:16 수정 2018-11-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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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6차례 버스투어…“역사·문화적 거점 확인 가능”

(자료제공=국토부)© News1
2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에서 열린 ‘용산기지 첫 버스투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부터)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성장현 용산구청장,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이 나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1904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용산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한 이후 114년 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용산 미군기지 내 주요 장소를 버스로 둘러보는 ‘용산기지 버스투어’를 올해 말까지 6차례 진행한다. 정부는 현재 용산기지에 자리잡고 있는 한미연합사 본부와 드래곤힐 호텔 등을 이전해 오는 2027년까지 생태공원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2018.11.2/뉴스1
2일 오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에서 성장현 용산구청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순자 국회 교통위원장이 일제시대 일본군 감옥을 둘러보고 있다. 2018.11.2/뉴스1

1904년 이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용산 미군기지가 공개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일 용산 미군기지 내 주요 장소를 버스로 둘러보는 ‘용산기지 버스투어’를 올해 말까지 6차례 진행한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버스투어는 기지 내 역사적·문화적 유의미한 장소 등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부 주요 지점에서 내려 공원 조성 방향 등에 대해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했고 남아있는 일부도 곧 이전할 것”이라며 “이제 용산공원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족적 의미있는 시설이 장소가 보존되고 온전히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중요한 과정에 있다”며 “빠른 시간내에 일반시민들이 걸어서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산 미군기지는 1904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용산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한 이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가 경기 평택으로 이전했지만 국민들이 용산기지를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이에 국토부를 중심으로 국방부·서울시·미군이 협력해 용산기지 내부를 일반시민 등이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날 1차 투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미군 기지 안은 일반적인 ‘군대’ 이미지와 달리 전원주택 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골프장과 놀이터엔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여럿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인 버거킹과 파파이스는 현재 문을 닫고 건물만 남아 있었다. 단층 건물 위주로 미국의 한적한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먼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우스포스트 벙커와 총독관저터(121병원)를 둘러 봤다. 사우스포스트 벙커는 광복 이후 미7사단 사령부의 사무실로 사용됐던 곳이다. 6·25전쟁 당시엔 육군본부 상황실로 쓰이기도 했다. 정부는 현재 원형을 최대한 보존할 계획이다. 또 121병원은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 있지만 내년 폐쇄될 예정이다. 아직은 미군 가족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병원을 찾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식민과 냉전의 상징이었던 용산기지가 미래 평화 명소로 첫 발을 내딛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판문점에서 피어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이제 용산기지를 통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인 ‘위수감옥’도 찾았다. 이곳은 일제 감점기 시절에 사형이 집행됐던 곳으로 외관엔 탄환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역사와 해방·분단· 냉전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다”며 “탄환 자국들은 주한미군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달 도시계획 전문가와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추가로 투어를 진행한다. 다음달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두 차례 투어가 예정돼 있다.

김현미 장관은 “100여년간 굳게 닫혀있던 용산기지 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게 되는 의미 있는 기회”라며 “국가공원으로 변화하는 용산공원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미군도 한국 정부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주기적으로 만나 의논하고 있다.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수십년간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토미 마이즈 주한미군 기지변혁 및 재배치 단장은 “한국정부와 시민에게 용산기지를 빨리 반환하는 게 우리의 열망”이라며 “오늘 투어를 통해서 그 노력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딸과 함께 손잡고 다시 찾고 싶다”며 “다른 주한미군 역시 비슷한 반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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