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흑곰
노트펫
입력 2018-10-29 10:09 수정 2018-10-29 10:10
[노트펫] 극지에 사는 북극곰을 제외한 북미의 숲에는 흑곰(American Black Bear)과 그리즐리(Grizzly Bear)라는 덩치 큰 곰들이 산다.
하지만 이 두 곰의 체구가 비슷할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흑곰은 수컷을 기준으로 하여 250kg 정도의 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리즐리는 황소의 체중에 가까운 400kg이나 된다. 물론 그것보다 더 큰 것들도 있다.
북미 흑곰과 아시아 흑곰(Asian Black Bear)은 같은 조상을 가졌다. 아시아 흑곰들은 가슴에 있는 반달 문양 때문에 반달가슴곰이라고도 불리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서식한다. 하지만 아시아 흑곰은 아담한 체구의 소유자다. 다 자라도 수컷 기준 100kg를 조금 넘을 뿐이다.
북미 흑곰과 그리즐리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는 두 곰들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달라서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다.
두 곰은 나무를 타는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 흑곰은 어렸을 때나 나이 들었을 때나 나무를 잘 탄다. 하지만 그리즐리는 어린 시절에만 나무를 탈 수 있고, 어른이 되면 타지 못한다.
흑곰의 나무타기 실력은 그리즐리 같은 천적에게 추격당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흑곰이 그리즐리에게 붙잡히게 되면, 그날은 바로 제삿날이다. 그리즐리는 흑곰을 같은 곰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저 살집 많은 사냥감으로 볼 뿐이다.
만약 흑곰에게 쫓기는 경우, 나무에 오르면 안 된다. 원숭이 앞에서 나무 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리즐리는 다르다. 무시무시한 앞발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오르면 안전하다. 시턴동물기에 따르면 회색곰은 손목이 유연하지 않아 나무를 잘 타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즐리 입장에서는 자기 것이나 남의 것이나 모두 자기 것이다. 그리즐리는 압도적인 체구와 강한 힘으로 다른 포식자들의 식사를 가로챌 수 있다.
예민한 후각에 의지하면 사냥꾼에서 강도로 변신할 수도 있다. 사람을 뺀 다른 포식자들은 그리즐리의 적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곰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늑대 무리는 감당이 되지 않고, 퓨마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생의 포식자들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흑곰은 궁여지책으로 그리즐리에 비해 식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다. 흑곰의 식탁에서 차지하는 식물성 먹이 비율은 85%인 반면, 그리즐리는 67%에 그친다. 흑곰이 그리즐리보다 18%p나 더 많은 비율의 식물들을 먹는다. 이는 약한 자인 흑곰의 서러운 운명이다.
하지만 야생에서 개체 수는 흑곰이 그리즐리보다 훨씬 많다. 1975년 그리즐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은 결과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멸종을 걱정해야 한다.
최근 그리즐리 사냥 허가 재개를 놓고 미국 몬태나를 포함한 몇 개 주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 흑곰의 개체 수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캐나다와 미국에 각각 40여만 마리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그리즐리가 아닌 흑곰인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선물하기 좋은 맥주'로 이름 날려 매출 182% 증가한 브랜드[브랜더쿠]
- 분당 9800채-일산 6900채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슈퍼리치들 30분 덜 자고 책 2배 많이 읽었다
- 재즈 연주회부터 강연까지… 문화로 물드는 서울의 ‘봄밤’
- 맥도날드, 반년 만에 또 올린다… 치킨‧피자까지 전방위적 가격 인상
- 하이닉스, AI붐 타고 깜짝흑자… “美경기 살아야 슈퍼사이클 진입”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