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업체 지정하는 ‘셀프 감리’ 이번에도 부실
서형석 기자 , 김자현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18-09-10 03:00 수정 2018-09-10 03:00
구멍 뚫린 건축법 감리 규정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의 원인이 된 다세대주택 공사의 감리업체는 건축주가 지정했다. 사실상 ‘셀프 감리’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올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때처럼 부실한 안전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감리 시스템이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건축법의 허점 탓이 크다.
이번 다세대주택 공사 감리는 감리업체 B사가 맡고 있다. 시공업체 A사와 함께 인천에 있는 회사다. 건축법에서는 소규모 건축물의 객관적인 감리를 위해 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영(公營)감리’다. 하지만 이 다세대주택 공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공영감리 대상이 되는 다세대, 아파트, 연립주택 규모를 ‘30가구 미만 주택’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49가구 규모인 이 주택은 건축주가 감리업체를 지정했다. 감리 비용도 건축주가 지급한다.
이렇다 보니 소규모 건축물의 감리업체는 건축주 또는 건축주가 지정하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건축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B사는 ‘붕괴 위험이 크다’는 유치원 측의 민원을 여러 차례 무시했다. 사고 전날인 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유치원이 “기둥에 간 금이 3cm나 벌어졌다”고 하자 B사는 “7cm까지는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현덕 건축구조기술사는 “3cm건, 7cm건 엄청난 균열이다. 콘크리트 공사는 물을 쓰기 때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커야 3∼5mm 정도다. 7cm까지는 괜찮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축업계에서는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등의 작은 규모 다세대주택을 ‘쉽게 짓는 건물’로 여긴다고 한다. 이번 상도동 다세대주택처럼 일정 규모만 넘으면 감리 절차도 복잡하지 않으니 셀프 감리에 의한 부실 감리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한 건축법 개정이 시도됐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는 건축물 대상을 가구 수, 용도와 상관없이 ‘연면적 2000m² 이하’로 바꾸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리 사각지대에 있던 건축물을 앞으로는 공영감리로 감독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반대했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올 5월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건축주의 선택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결국 올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최종 개정안에는 민 의원이 발의한 조항이 빠져 있다. 국회와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축물을 공영감리 대상에 추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시행령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고,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상가 등 주거용이 아닌 소규모 건축물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자현·홍석호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의 원인이 된 다세대주택 공사의 감리업체는 건축주가 지정했다. 사실상 ‘셀프 감리’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올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때처럼 부실한 안전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감리 시스템이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건축법의 허점 탓이 크다.
이번 다세대주택 공사 감리는 감리업체 B사가 맡고 있다. 시공업체 A사와 함께 인천에 있는 회사다. 건축법에서는 소규모 건축물의 객관적인 감리를 위해 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영(公營)감리’다. 하지만 이 다세대주택 공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공영감리 대상이 되는 다세대, 아파트, 연립주택 규모를 ‘30가구 미만 주택’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49가구 규모인 이 주택은 건축주가 감리업체를 지정했다. 감리 비용도 건축주가 지급한다.
이렇다 보니 소규모 건축물의 감리업체는 건축주 또는 건축주가 지정하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건축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B사는 ‘붕괴 위험이 크다’는 유치원 측의 민원을 여러 차례 무시했다. 사고 전날인 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유치원이 “기둥에 간 금이 3cm나 벌어졌다”고 하자 B사는 “7cm까지는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현덕 건축구조기술사는 “3cm건, 7cm건 엄청난 균열이다. 콘크리트 공사는 물을 쓰기 때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커야 3∼5mm 정도다. 7cm까지는 괜찮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축업계에서는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등의 작은 규모 다세대주택을 ‘쉽게 짓는 건물’로 여긴다고 한다. 이번 상도동 다세대주택처럼 일정 규모만 넘으면 감리 절차도 복잡하지 않으니 셀프 감리에 의한 부실 감리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한 건축법 개정이 시도됐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는 건축물 대상을 가구 수, 용도와 상관없이 ‘연면적 2000m² 이하’로 바꾸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리 사각지대에 있던 건축물을 앞으로는 공영감리로 감독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반대했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올 5월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건축주의 선택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결국 올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최종 개정안에는 민 의원이 발의한 조항이 빠져 있다. 국회와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축물을 공영감리 대상에 추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시행령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고,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상가 등 주거용이 아닌 소규모 건축물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자현·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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