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DNA 물려받은 김태훈, 1015일 만에 웃었다
고봉준 기자
입력 2018-08-20 05:30 수정 2018-08-20 05:30
1015일만의 쾌거였다. 김태훈(가운데)이 19일 경남 양산 통도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대역전우승을 일궈냈다. 2015년 11월 이후 2년 9개월만의 정상 정복이다. 우승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는 김태훈. 사진제공|KPGA
거침없는 버디 행진이었다. 단거리 퍼트는 물론 4~5m짜리 장거리 퍼트가 모두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 낚은 버디만 무려 9개. 우승권 밖 19위가 단숨에 정상에 오를 수 있던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김태훈(33)이 1015일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김태훈은 19일 경남 양산 통도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파72·7348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치며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2015년 11월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 이후 약 2년 9개월만의 정상 정복이다.
사실 이날 최종라운드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태훈을 우승후보로 분류한 이는 많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게 5타 뒤진 공동 19위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주인공은 김태훈이었다. 최종라운드 1번 홀부터 5번 홀까지 내리 5연속 버디를 낚은 뒤 후반 들어서 4개의 버디를 추가로 잡으면서 13언더파 275타로 챔피언조 경쟁자 변진재(29·JDX멀티스포츠)~이준석(30·호주)~이형준(26·웰컴저축은행)을 단숨에 제쳤다. 일찌감치 경기를 마친 김태훈은 침착하게 우승을 기다렸고, 1타차 단독 2위 변진재가 18번 홀에서 파에 그친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활짝 웃었다.
김태훈은 “4라운드에 앞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잘 치면 우승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나는 그저 막연하게 우승을 꿈꿨다. 그런데 출발부터 페이스가 좋더니 후반 들어서도 플레이가 잘 됐다. 점점 ‘이러다가 우승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화끈한 버디 행진으로 통산 3승을 안은 김태훈은 “최근 1년 가까이 부상으로 고생하면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 그동안의 부진을 지우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훈은 스포츠인 가족이라는 독특한 배경도 지니고 있다. 큰아버지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중심타자였던 김준환(63) 원광대 감독이고, 사촌누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김상희(36)이다. 아버지는 축구선수 출신의 김형돈(57) 씨로 10년 넘게 김태훈의 캐디백을 지고 있다.
우승 직후 만난 아버지 김 씨는 “(김)태훈이는 운동선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인지 어렸을 적부터 밖에 나가기를 워낙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중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는데 곧잘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좋은 유전자 덕에 이렇게 우승을 했다”며 기뻐했다.
양산|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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