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일자리 흔들기 부담… 강경론 4일만에 방향 선회

변종국 기자 , 박효목 기자, 강성휘 기자

입력 2018-06-30 03:00 수정 2018-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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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진에어 면허취소 유예 배경
김현미 장관 25일 “6월내 결론”… “청문절차 진행” 신중론 돌아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에어 (조사가) 거의 마지막에 다 왔다”며 “차관이 6월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가 어떤 식이든 이달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29일 “논쟁이 되는 사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법적 쟁점을 추가로 검토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면허 자문위원회 등의 절차를 밟아 면허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결론을 뒤로 미뤘다. 불과 나흘 만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항공업계에선 “2달 동안 진에어 관계자도 안 부르고 조사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원래부터 규정돼 있던 청문 절차를 이제와 갑작스레 내세운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 “일자리 정부가 실업자 양산 부담”

국토부가 결론을 연기한 것은 “일자리 정부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한번에 날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진에어 면허 취소 검토는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토부는 오너 일가의 일탈에서 시작된 사태가 진에어 면허 취소로 이어질 경우 2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의 실직으로 이어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한항공 노조와 진에어 직원들은 “불법 등기이사 게재를 관리 감독 못한 국토부의 잘못과 총수 일가의 문제들을 왜 직원들에게 떠넘기느냐”고 주장해왔다.

국토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이 사안에 대해 여당과 긴밀히 협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김 장관과 진에어 문제를 조율해왔다. 과거 위법사유를 지금에 와서 처벌할 수 있는지, 정말 면허 취소 사유가 되는지 당 안에서도 의견이 다소 갈렸다”며 “만약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고 진에어 측에서 행정소송을 하면 승소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더욱 컸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관계자는 “전 부처가 나서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만들어보려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비교적 질 좋은 일자리라고 평가받는 항공 일자리를 없애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도 이번 사안에 대해 “국토부 내부적으로 검토해 최종 발표해도 되지만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토부에 의견을 제시한 건 아니다”면서도 “면허 취소로 인한 일자리 문제가 부담이 안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위법행위에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이 과도한 처벌이라는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자문한 법무법인 중 일부에선 외국인인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만큼 결격사유가 해소돼 면허 취소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0∼2016년 3차례에 걸쳐 진에어가 면허 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아 정부의 책임도 있는 만큼 면허 취소를 결정하면 “공무원 몇 명의 잘못으로 기업 하나 문 닫게 했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 “결론 내는 데 한두 달 이상 소요”

진에어 청문회는 국토부와 진에어 경영진, 주주,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면허 자문 회의는 국토부의 항공정책관을 위원장으로 국토부 과장급 담당관 4명과 약 30명 정도의 항공과 경영, 회계 등의 전문가 중에서 7명의 민간 위원을 뽑아 구성한다. 국토부는 청문 절차가 한두 달 정도 걸리지만 법리적인 부분까지 검토하면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진에어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 결정에 따라 청문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진에어의 한 직원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며 “여전히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박효목 / 세종=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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