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을 지켜라” 환자-의료진-병원시스템 3박자 ‘척척’

홍은심기자

입력 2018-06-27 03:00 수정 2018-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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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중증환자관리시스템

중환자실 다학제회의. 전담 전문의, 진료과별 담당의, 간호사, 약사 등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병원은 생과 사가 공존한다. 특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중증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고 제 때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 의료진, 병원시스템의 삼박자가 고루 맞아야 한다. 중증환자관리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매 순간 고군분투한다. 작년 신속대응팀을 만들고 중증환자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대구로병원 중증환자관리시스템을 취재했다.


심정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찾아내 사전조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드블루’는 환자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을 의미하는 비상코드이다. 통계에 따르면 심정지를 겪은 환자가 다시 병원 밖으로 걸어 나갈 확률은 10% 미만. 심정지 직후 바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하더라도 20%에 불과하다. 생존율은 20여 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심정지가 일어나기 8시간 전에 50% 이상 환자들에게 이상증후가 나타난다. 환자에게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에 사전조치를 취하면 환자 생존율은 30∼40%로 높아진다. 이에 신속대응시스템(RRS·Rapid Response System)이 개발됐다. 신속대응시스템으로 10% 미만의 생존율을 30∼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신속대응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신속대응팀 RRT(RRT·Rapid Response Team)는 작년 9월에 만들어졌다. 365일 24시간 환자들의 악화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사전조치를 통해 환자의 심정지를 막는다.

고대구로병원 신속대응팀은 콜링시스템, 모니터링시스템 두 가지를 활용해 환자의 이상증후를 찾아낸다. 콜링시스템은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병동 간호사와 전공의들이 환자에게서 비정상적인 증후가 보이면 신속대응팀에 바로 호출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체온, 맥박 수, 호흡수, 통증, 의식 저하, 경피적 산소 포화도, 혈압, 소변량, 젖산 수치, 말초 혈관 재충만 시간을 살핀다. 이들 10개 항목 중 3개 이상에서 비정상 소견을 보이면 병동의 의료진이 신속대응팀을 호출한다. 이 기준에 맞지 않아도 환자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바로 호출할 수 있다. 항목과 연락처는 모두 의료진의 패용증에 적혀 있다.

동시에 신속대응팀 전문 간호사는 입원한 환자들의 차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위험요소가 파악되면 신속대응팀에서 직접 병실로 찾아가 환자를 살핀다. 최근에는 환자들의 혈압, 맥박 등 각종 검사치에 점수를 매겨 위험단계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고대구로병원 신속대응팀의 효과적인 운영지표는 ‘CPR건수 감소’로 확인된다. 신속대응팀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후로 1073명의 환자에게서 위험경고가 나타났고 86명을 사전조치한 결과 병실에서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남렬 중환자실장 겸 신속대응팀장 교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심정지 발생률 수치가 낮아지고 있다”며 “참여한 의료진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아 확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속대응시스템은 환자 생존율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로 사후조치가 아닌 선제조치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암 중증환자도 다학제 진료로 해법 찾아

고대구로병원은 중증질환인 암 환자에게 수준 높은 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 독립적인 암병원을 오픈했다. 암병원 슬로건은 ‘Easy(쉽고 편하고), Fast(빠르고), Reliable(믿을 수 있는) 암병원’.

민병욱 부원장(대장항문외과)은 “암병원을 찾는 중증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이에 맞춰 진단부터 치료까지 2주 내로 완료하는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의 암병원은 최근 도입한 최고 사양 로봇 수술기 ‘다빈치 Xi’로 직장, 전립선, 유방, 갑상샘 등 다양한 암 치료 분야에서 뛰어난 수술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빈치 Xi는 실제와 거의 흡사한 초고화질 영상을 다각도로 볼 수 있어 신경,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암병원 의료진들이 고사양 로봇수술기로 고난도의 정밀 수술을 성공시키고 있다.

특히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은 다학제진료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체계화된 통합진료 서비스 제공에 주력했다. 암종별로 매주 1∼2회 다학제 진료를 하고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등 암을 다루는 전문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다. 치료법이 없을 것 같던 환자도 의료진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다 보면 해법을 찾아 말기 암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숙련된 응급전문인력 24시간 상주
고대구로병원 신속대응팀은 24시간 입원환자들의 악화징후를 모니터링하고 사전조치를 통해 심정지 발생을 사전에 예방한다.
2016년 9월 고대구로병원이 응급환자 케어를 위한 인프라, 인력, 시스템을 두루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오픈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숙련된 응급전문인력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전문중증외상팀을 비롯한 여러 전문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시스템, 응급전용 중환자실, 수술실, 병상, 헬리포트 등을 갖춰 어떠한 응급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선진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권역 내에서 발생하는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남권역 응급실을 가진 병원과의 협의체를 구성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지역 소방서, 서울시 119 특수구조단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재난 상황 발생 시 즉각 현장의료지원을 나설 수 있도록 의료장비, 의약품 등 현장응급의료지원 물품도 상비했다.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자 현장 응급 의료소 설치 물품과 재난응급의료지원차량도 구비할 예정이다.

고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010년 감염병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됐다. 최근 격리 외래와 음압병실에 별도의 출입구를 만들어 감염 격리진료실을 확장했다. 고대구로병원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적 비상상황에서도 전 교직원이 합심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원활한 중환자실 관리 위해 환자 스크리닝 시스템 도입

중환자실은 생명에 위협을 받는 중증환자가 고도의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 곳이다. 고령화에 따른 중증 질환의 증가, 신종플루·메르스 사태 등 감염병 재난을 거치면서 중환자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고대구로병원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강화하기 위해 중환자실을 철저하게 집중 관리하고 있다.

중환자실은 주요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외순환장비, 투석장비, 고유량 산소 공급 장비 등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며 진료계획에 따라 철저한 집중 치료를 한다.

고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은 총 76병상으로 외과계, 내과계, 응급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 네 파트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전국 263개 병원 중에 11개소밖에 없는 적정성평가 1등급을 받아 최고의 중환자실로 검증받았다. 서울 서부지역 유일한 권역응급 중환자실 신설과 중증 외상 수련 병원 지정으로 위급한 환자에게 검증된 시설을 제공한다. 의료진에게는 안정적이고 질 높은 진료를 할 수 있게 했다.

고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은 최적의 치료를 찾기 위해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진료과별 담당의, 간호사, 약사, 영양사로 이뤄진 다학제팀이 주 3회 다학제 회진을 진행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상태를 함께 평가하고 논의해 약물과 영양지원부터 환자의 입·퇴실을 결정한다. 원활한 중환자실 운영과 환자 안전을 위해 월요일마다 각 진료과 의료진들이 모여 중환자실 환자들을 스크리닝 한다. 중환자실의 환자 중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는 환자들을 선별하고 주치의와 논의한다. 고대구로병원은 중환자실 환자 관리에 필요한 객관적이고 안전한 지표를 만들고 중환자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

5월에는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을 증설했다. 민병욱 교수는 “고위험 산모가 증가하고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짐에 따라 중증 신생 환아의 원활한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신생아 중환자실 증설 배경을 밝혔다. 또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을 모아 신생아 집중전담 치료팀도 구성했다.

고대구로병원은 호흡기 상설 교육, 중환자실 워크숍 등을 통해 최신 의료 경향을 적용하기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원활한 중증환자관리시스템 운영을 위해 7월부터 간호사 인력을 보강하는 등 새로운 적정성 평가 기준에 맞춘 재점검과 개선책 마련도 준비 중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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