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손-잘린 다리-초대형 종… 뮤지컬 무대 “실감나네”

김정은 기자

입력 2018-06-19 03:00 수정 2018-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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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더해주는 소품의 세계
‘프랑켄슈타인’의 잘린 머리모형, 공연 당일 배우 얼굴에 맞춰 제작
‘노트르담 드 파리’의 초대형 종… 무용수들 매달려 아찔한 묘기
경쾌한 타악기 소리내는 탭슈즈, ‘브로드웨이 42번가’ 매력 더해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3개의 종에 종지기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 한 명씩 매달려 공중 곡예를 연출하는 ‘성당의 종들’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잘린 다리, 불에 탄 시체, 검붉은 피, 100kg 무게의 대형 종….’

화려한 뮤지컬에서 ‘소품’은 재미와 사실감을 더하는 양념 같은 존재다. 올여름을 달굴 대형 인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켄슈타인’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뮤지컬 소품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프랑켄슈타인…진짜 같은 섬뜩한 디테일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져 매 시즌 화제인 ‘프랑켄슈타인’의 소품들은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막 후반부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참수된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괴물의 탄생을 예고하는 중요한 대목. 눈을 감은 채 들려진 앙리의 머리 모형은 공연 당일 앙리 역을 맡은 배우 캐스팅에 따라 다르다.

정장선 제작 감독은 “잘린 머리는 치아 모형 제작에 사용하는 겔의 일종인 알지네이트로 앙리 역의 배우 얼굴 본을 떠 실리콘 재질의 머리 모형을 만들었다”며 “보통 얼굴은 3분간, 뒷머리 부분은 6분간 본을 뜬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 앙리 역을 맡은 카이와 박민성의 머리 모형은 최근에 본을 떴다. 정 감독은 “두 배우의 모형은 최신 제작이라 눈·코·입 등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좀 더 신경 썼다”며 “본 뜨는 데 40분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격투장 여주인 에바의 잔인한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가 하인의 손목을 자르는 장면에서 쓰이는 잘린 손 소품(왼쪽)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 슈즈. 쇼온컴퍼니·샘컴퍼니 제공
머리 모형 외에도 1막 초반부에 등장하는 적군의 잘린 다리 소품과 격투장 여주인 에바가 하인의 손목을 자르는 장면에 등장하는 잘린 손도 눈에 띈다. 초연 당시엔 마네킹을 활용했지만, 재연 때부터 실리콘 재질의 인체모형(더미)을 사용했다. 특히 잘린 다리는 뼈와 살점이 균일하지 않게 드러나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정 감독은 “절단면의 근육과 잘린 관절, 뼈대 부분을 실감나게 만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100kg의 대형 종, 경쾌한 소리를 내는 탭 슈즈

올해로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대형 종 3개에 종지기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 한 명씩 매달려 공중 곡예를 연출하는 ‘성당의 종들’은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형준 무대 감독은 “쇠로 만든 3개의 종 가운데 중앙에 있는 종이 지름 1.45m, 높이 1.35m로 가장 크다”며 “객석 기준으로 오른쪽 종은 지름과 높이가 각각 1.2m, 왼쪽 종은 1m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크다 보니 무대용 종이지만 무게가 각각 100kg 안팎. 바닥에 있던 종을 서서히 무대 위로 올리는데, 종지기들은 종 가운데 설치된 일자 막대에 매달려 아찔한 묘기를 부린다. 기 감독은 “종이 올라갈 때에는 1t 무게를 버티는 체인모터를 종에 연결한다”며 “배우들은 안전 고리를 찬 상태에서 곡예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스테디셀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 포인트는 페기소여와 빌리 롤러, 앙상블 배우 등 출연진 59명이 만들어내는 탭댄스 군무다.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탭댄스를 출 때마다 경쾌한 타악기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비밀은 배우들이 신는 화려한 탭 슈즈에 있다. 샘컴퍼니 엄지영 홍보팀장은 “탭 슈즈의 겉면은 양가죽, 밑창은 소·양가죽을 압축해 만든다”며 “신발 바닥엔 신발 모양대로 만든 쇠 주물이 박혀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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