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얇은 만두피 속 추위 녹이는 맛

동아일보

입력 2018-01-18 03:00 수정 2018-01-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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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줄 요리가 당긴다. 매섭게 추운 날 길을 걷다가 만나는 도로변 만두가게, 찜통에서 모락모락 오르는 뽀얀 수증기는 찬 공기를 가르며 뇌 중추에 위장 자극 신호를 보낸다. 만두집들이 찜통을 바깥에 두는 것은 결국 ‘호객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역시 만두는 여름보다 겨울에 제맛이다. 일본은 교자(餃子), 중국은 바오쯔(包子), 우리가 만두(饅頭)라 부르는 것은 한중일 3국에서 식사, 간식, 부식이 모두 되는 가장 만만한 요리 중의 하나여서다.

그중에서도 이 계절의 으뜸은 샤오룽바오(小籠包). 얇디얇은 만두피 속에 들어있는 감칠맛 나는 육수가 제몫을 하기 때문이다. 자잘하게 주름을 잡아 쫄깃하고 얇게 빚은 만두피 속에 닭고기, 돼지고기, 게살 등과 육수를 굳힌 젤라틴을 함께 넣어 찌는 게 특징이다. 대나무의 향이 깊게 밴 찜통에 가지런히 쪄 나온 소롱포를 하나 집어 들고 스푼 위에 살포시 얹는다. 곱게 채 썬 생강과 흑초를 살짝 뿌려 씹으면 따끈한 육즙이 고기소와 함께 눈 녹듯 사라진다. 혀를 데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피를 살짝 찢어 육수를 스푼에 반쯤 흘려 먹는 것이 요령이다.

샤오룽바오의 ‘소롱’은 딤섬이나 만두를 쪄내는 작은 대나무 찜통을 말한다. 이 찜통에 쪄낸 딤섬이나 만두는 대나무가 수증기를 적절히 흡수해주는 덕분에 스테인리스 찜통에 쪄낸 것보다 포슬하고 촉촉할 뿐 아니라 향이 좋다.

일설에 따르면 샤오룽바오는 청나라 건륭제가 양쯔(揚子)강 이남인 강남 창저우(常州) 지방을 찾았을 때 즐겨먹은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러나 강남지역의 본격적인 명물이 된 것은 황 씨라는 상인이 난샹대육만두(南翔大肉饅頭)라는 이름을 붙여 팔기 시작하면서다. 이 만두가 인기를 끌어 모방자들이 많아지자 만두피를 더 얇게 빚고 작게 만들어 차별화를 한 난샹샤오룽(南翔小籠)이 샤오룽바오가 되었다. 황 씨의 식당은 오 씨라는 후계자가 이어받아 오늘날 상하이에서 난샹만두점(南翔饅頭店)이란 상호를 내걸고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곳에 가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들을 먹이려고 수십 명의 숙련공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샤오룽바오를 기계처럼 빚어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대륙에서나 가능한 만두의 인해전술이 아닐 수 없다. 대륙의 인해전술 덕분에 이젠 한반도에서도 샤오룽바오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크리스탈제이드 고속터미널점,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205 센트럴시티 파미에 스테이션, 02-599-8818, 소롱포 오리지널 8pcs 9000원
○ 딘타이펑 명동점, 서울 중구 명동7길 13, 02-3789-2778, 소롱포 샘플러10pcs 1만5000원
○ 골드피쉬딤섬퀴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8길 35, 02-511-5266, 소롱포4pcs 7500원
○ 쮸즈,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9, 02-6081-9888, 소롱포3pcs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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