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장추천 절차 강행… 최종구 “적폐”

황태호기자 , 강유현기자 , 한상준기자

입력 2018-01-16 03:00 수정 2018-0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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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승계 놓고 양보없는 힘겨루기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금융당국의 인선 절차 제동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15일 당초 예정대로 차기 회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강행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해 ‘적폐’라는 표현까지 쓰며 우회적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최종구 “금융인 우월의식 버려라”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회장 후보군 16명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8명에 대한 인터뷰를 마쳤다. 16일 나머지 후보에 대한 면접을 본 뒤 최종 후보자 3명을 추려낼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날 하나금융에 “CEO 리스크를 감안해 회추위 일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회추위 일정을 2주가량 연기하라는 금감원의 구두 권고를 회추위가 거부하자 공문을 보낸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하나금융과 관련해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된 몇 가지 의혹을 확인 중이고, 이런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며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만약 금융인 중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과도한 황제 연봉’ 등을 금융권 적폐로 꼽았다. 이를 두고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앞서 김 회장을 겨냥해 “CEO가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 연임’을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 하나금융 “금융위 모범 규준대로 이사회 운영”

금융당국은 현행 지배구조상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후보군 간의 실질적인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김 회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 은행 채용비리 의혹 등을 검사 중인 상황에서 김 회장이 선출되면 향후 CEO 공백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하나금융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금융지주 CEO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대표이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며 “하나금융 회추위는 CEO가 고발된 상황과 이에 따른 리스크를 회장 선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계속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15년 금융위가 만든 모범 규준에 어긋나지 않게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했는데도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자 또다시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CEO 인선에 본격 개입하면서 ‘관치 금융’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특정 개인을 배제하기 위해 룰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금융계 및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다시 하나금융을 지배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청와대도 문제 삼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금감원에서 검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회장 추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강유현·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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