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원정 투자 기승… 4채중 1채, 非서울 거주자 매입
천호성기자
입력 2018-01-16 03:00 수정 2018-01-16 03:00
8·2대책 이후 ‘쏠림’ 더 심화
주부 박경민 씨(44)는 재건축을 앞둔 부산 남구 아파트 두 채를 지난해 12월 처분하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전용면적 59m² 아파트를 12억 원에 샀다. 최근 부산 집값 오름세가 신통치 않은 데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4월부터는 부산 집을 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박 씨는 “새로 산 잠실 아파트 시세가 한 달 만에 1억5000만 원이나 뛰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 수요의 강남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잇달아 나온 ‘핀셋 규제’들이 도리어 지방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 강남구 아파트 4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사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에서 팔린 아파트 1693채 중 381채(22.5%)를 지방 등 비(非)서울 거주자가 사들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8.7%)은 물론이고 지방 사람들의 ‘상경 투자’ 경향이 뚜렷했던 2016년 시장 활황기보다도 높은 수치다. 2016년 강남4구 아파트 매입자 중 외지인 비중은 월별로 11.4∼20.9%였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8·2대책 발표 이후 뚜렷해졌다. 지난해 6, 7월 각각 20.9%, 21.3%였던 강남4구 매매거래 시장의 외지인 비중은 8월 22.6%로 높아졌다. 이후 매월 21%를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강남구의 아파트 구입자 중 서울 이외 거주자 비율은 25.1%에 달했다. 김서영 도곡동 행복한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방에서 올라온 손님들의 경우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전용면적 59, 84m² 등 중소형 타입 매물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북권 등 다른 지역의 원정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가 많아 지방 투자자들의 소자본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서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지역의 지난해 11월 외지인 투자자 비율은 14.5%였다. 이는 2016년 6월(13.9%)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방 시장의 침체도 뚜렷하다. 지방 5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 폭은 지난해 8월(0.20%) 이후 5개월 연속 줄어 지난해 12월에는 ―0.02%였다. 한때 서울 사람들의 투자 수요를 끌어 모았던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해 6월 3.1%였던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지난해 11월 2.0%로 떨어졌다.
○ “강남 노린 규제가 오히려 ‘강남 품귀’ 불러와”
이처럼 전국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진 주된 원인으로는 재건축 매매거래를 제한한 정부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단지의 매매거래를 금지했다. 재건축 단지의 높은 매매가, 분양가가 주변 일반 아파트의 시세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 조치로 재건축 아파트의 ‘매물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일반 아파트 등으로 옮아 붙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4월부터 서울, 부산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이뤄진다는 점도 강남권 쏠림현상의 배경이다. 지방 아파트 여러 채를 팔고 강남권 등 유망 지역의 ‘똘똘한 1채’를 사려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음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경우 지역별로 양극화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지역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높일 경우 서울로의 원정 투자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주부 박경민 씨(44)는 재건축을 앞둔 부산 남구 아파트 두 채를 지난해 12월 처분하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전용면적 59m² 아파트를 12억 원에 샀다. 최근 부산 집값 오름세가 신통치 않은 데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4월부터는 부산 집을 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박 씨는 “새로 산 잠실 아파트 시세가 한 달 만에 1억5000만 원이나 뛰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 수요의 강남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잇달아 나온 ‘핀셋 규제’들이 도리어 지방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 강남구 아파트 4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사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에서 팔린 아파트 1693채 중 381채(22.5%)를 지방 등 비(非)서울 거주자가 사들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8.7%)은 물론이고 지방 사람들의 ‘상경 투자’ 경향이 뚜렷했던 2016년 시장 활황기보다도 높은 수치다. 2016년 강남4구 아파트 매입자 중 외지인 비중은 월별로 11.4∼20.9%였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8·2대책 발표 이후 뚜렷해졌다. 지난해 6, 7월 각각 20.9%, 21.3%였던 강남4구 매매거래 시장의 외지인 비중은 8월 22.6%로 높아졌다. 이후 매월 21%를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강남구의 아파트 구입자 중 서울 이외 거주자 비율은 25.1%에 달했다. 김서영 도곡동 행복한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방에서 올라온 손님들의 경우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전용면적 59, 84m² 등 중소형 타입 매물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북권 등 다른 지역의 원정 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가 많아 지방 투자자들의 소자본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서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지역의 지난해 11월 외지인 투자자 비율은 14.5%였다. 이는 2016년 6월(13.9%)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방 시장의 침체도 뚜렷하다. 지방 5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 폭은 지난해 8월(0.20%) 이후 5개월 연속 줄어 지난해 12월에는 ―0.02%였다. 한때 서울 사람들의 투자 수요를 끌어 모았던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해 6월 3.1%였던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지난해 11월 2.0%로 떨어졌다.
○ “강남 노린 규제가 오히려 ‘강남 품귀’ 불러와”
이처럼 전국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진 주된 원인으로는 재건축 매매거래를 제한한 정부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단지의 매매거래를 금지했다. 재건축 단지의 높은 매매가, 분양가가 주변 일반 아파트의 시세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 조치로 재건축 아파트의 ‘매물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일반 아파트 등으로 옮아 붙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4월부터 서울, 부산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이뤄진다는 점도 강남권 쏠림현상의 배경이다. 지방 아파트 여러 채를 팔고 강남권 등 유망 지역의 ‘똘똘한 1채’를 사려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음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경우 지역별로 양극화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지역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높일 경우 서울로의 원정 투자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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