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귀순병 치료하며 北보건 민낯 봤죠”
김윤종기자
입력 2018-01-13 03:00 수정 2018-01-13 03:00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총상 오청성 살린 이국종 교수
오청성 ‘軍 검진’이 뭔지 몰라
외상센터 이번엔 반짝관심 아니길… 새해되면 또 어떻게 버티나 두려워
“중증외상센터에는 의료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근본적 문제가 담겨 있어요. 바로 ‘마에스트로’(전문가에 대한 경칭)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아일보 및 채널A와 공동 인터뷰를 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49)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장인정신’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더스트오프 팀을 보면 폭우 등 악천후 때 비행을 가장 잘하고 숙련된 선임 장교가 직접 조종을 한다. 이는 군인정신이라기보다는 장인정신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국회의원 모임인 ‘포용과 도전’은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를 살리는 데 기여한 주한미군 의무항공대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를 전달한 것은 이 교수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2003년부터 더스트오프 팀과 함께 일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등 동기부여가 됐다”며 “중요한 순간 리더들이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씨 치료로 관심이 높아진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와 열악한 환경이 ‘깜짝 관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할 때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중증외상센터는 ‘사회안전망’입니다.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우리 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분들이 중증외상을 당할 위험이 큽니다. 이분들이 다쳤을 때 잘 치료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 교수는 오 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북한 체제의 잔혹성과 공공보건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탈북을 했어도 함께 근무한 동료인데, 어떻게 경고사격이 아닌 수십 발을 조준사격할 수 있느냐”며 “그런 체제는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청성에게 ‘전염병 검사 등 각종 검진을 군에서 받았느냐’고 물어보니 생전 처음 듣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며 “북한 내 공중보건 시스템이 아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게 새해 포부를 묻자 뜻밖에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새해가 시작되면 두려움이 더 큽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버틸까’ 하는 걱정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버텨 봐야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오청성 ‘軍 검진’이 뭔지 몰라
외상센터 이번엔 반짝관심 아니길… 새해되면 또 어떻게 버티나 두려워
“중증외상센터에는 의료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근본적 문제가 담겨 있어요. 바로 ‘마에스트로’(전문가에 대한 경칭)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아일보 및 채널A와 공동 인터뷰를 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49)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장인정신’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더스트오프 팀을 보면 폭우 등 악천후 때 비행을 가장 잘하고 숙련된 선임 장교가 직접 조종을 한다. 이는 군인정신이라기보다는 장인정신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국회의원 모임인 ‘포용과 도전’은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를 살리는 데 기여한 주한미군 의무항공대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를 전달한 것은 이 교수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2003년부터 더스트오프 팀과 함께 일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등 동기부여가 됐다”며 “중요한 순간 리더들이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씨 치료로 관심이 높아진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와 열악한 환경이 ‘깜짝 관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할 때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중증외상센터는 ‘사회안전망’입니다.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짓는, 우리 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분들이 중증외상을 당할 위험이 큽니다. 이분들이 다쳤을 때 잘 치료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 교수는 오 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북한 체제의 잔혹성과 공공보건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탈북을 했어도 함께 근무한 동료인데, 어떻게 경고사격이 아닌 수십 발을 조준사격할 수 있느냐”며 “그런 체제는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청성에게 ‘전염병 검사 등 각종 검진을 군에서 받았느냐’고 물어보니 생전 처음 듣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며 “북한 내 공중보건 시스템이 아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게 새해 포부를 묻자 뜻밖에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새해가 시작되면 두려움이 더 큽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버틸까’ 하는 걱정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버텨 봐야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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