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삶, 행복의 동행] 이창민 원장 “세상을 원망하던 청소년들, ‘비보잉’으로 웃음 되찾았죠”

스포츠동아

입력 2018-01-12 05:45 수정 2018-01-1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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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경북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열린 ‘춤을 통한 공감 문화’ 공연에서 소년 재소자들이 화려한 동작의 비보잉을 펼치고 있다. 이 공연은 2014년부터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정프로그램 ‘춤을 통한 정서적 안정 및 꿈 찾기’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매년 연말 그동안 익힌 실력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무대이다. 사진제공|공공협력원

<3> 이창민 공공협력원장

비보이·힙합을 교정프로그램에 접목
세계 챔피언 출신 강사들 월 2회 교육

표정이 밝아진 소년 재소자들 큰 호응
정서 안정·재능 발견 등 긍정적 효과

매년 연말에 소년 재소자들 합동공연
아버지께 “기대세요” 말할 때 눈물나


경북 김천소년교도소. 소년 재소자들이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 아직 춤이 서툴고 어색하다 보니 종종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만, 작은 동작 하나 하나까지도 집중하는 열정만은 전문가 못지 않다. 비보이 세계 챔피언 출신인 강사 역시 이런 소년들의 열기에 맞춰 하나라도 알려주려고 적극적이다. 사단법인 공공협력원의 소년재소자 대상 문화 교정프로그램 ‘춤을 통한 정서적 안정 및 꿈찾기’의 수업 모습이다. 공공협력원은 기부·문화·교육 사업을 통해 고용창출과 건전하고 이상적인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을 위해 설립한 단체이다. 소년 재소자들과 비보이 강사들의 멋진 만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창민(53) 공공협력원장을 만났다.


-소년 재소자와 비보이 강사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다.

“공공협력원에서는 사회적 약자, 소외 취약 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춤을 통한 정서적 안정 및 꿈찾기’ 사업은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소년교도소 및 소년원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 적응 프로그램이다. 문화 예술을 통한 지속 가능 프로그램형 기부사업으로 2014년 10월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시작했다. 수형기간이 1년 미만인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비보이 세계 챔피언 출신인 박경호, 강현철 강사가 월 2회 120분씩 강의 및 실습을 진행한다. 2015년 4월부터는 안양소년원(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서도 주 1회 90분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여성 K팝 댄스 전문 강사가 정기적으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춤을 지도하고 있다.”


-왜 소년교도소와 소년원을 택했나.

“우연히 학술 연구 차 미국 소년교도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소년 재소자들이 춤과 음악을 배우며 흥겨워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문화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비보이와 힙합을 교정프로그램에 접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재소자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함께 기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덜해지지 않을까. 교도소 안에서 느끼는 나쁜 감정을 정화시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법무부를 찾아갔다. 사회적 약자 및 소외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이라면 극단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을 돕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정식 교정 프로그램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닌 지속적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소외된 소년 재소자들에게 재능을 가르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해 향후 재범 가능성을 줄이는 프로그램 목적이 크게 어필한 것 같다. 정서적 안정, 재능 발견 개발, 퇴소 후 직업연계 과정으로 구성했다. 소년 재소자들이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비보이 춤을 배우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

이창민 공공협력원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고 사회적으로 안정됐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좋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공공협력원


-교육 현장인 소년교도소 내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소년 재소자들에게 호응이 좋아 빠른 시간에 최고 인기 교정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참여 또한 적극적이다. 청소년기에는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 뛰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나. 열정을 갖고 땀흘리는 모습을 보면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알려주면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소년교도소에서 생활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한 재소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보람 찬 순간이 있었을 텐데.

“긍정의 피드백이 올 때다.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춤을 통해 동료들과 정을 나누고 협동하는 정신을 느끼고 배우게 됐고, 춤의 숙달을 통해 자신감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의견이 많다. 또 교정 관계자들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소자들의 자신감이 많이 회복됐고 얼굴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져서 싸움이나 폭행 사고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프로그램을 잘 추진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교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년 연말 가슴 벅찬 느낌을 받는다는데.

“매년 연말에 ‘춤을 통한 공감 문화’ 주제로 재소자와 함께하는 비보잉 합동 공연을 한다. 비록 화려한 조명이나 방송 카메라는 없지만 챔피언 출신 강사와 재소자들이 함께 한 해 동안 배우고 익힌 솜씨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지난해 연말 공연 때 한 재소자가 지금까지 세상을 미워하고 원망을 많이 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많을 것을 느꼈다며 공연을 보러 온 아버지를 향해 ‘아버지 이젠 제 어깨에 기대세요’라고 말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앞으로 계획은.

“경제적 여유가 있고, 사회적으로 안정됐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베풀어야 한다는 게 기본 마인드다. 기부, 문화, 교육사업 등을 통한 고용창출과 건전하고 이상적인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


● 이창민 원장


▲ 1964년 서울 출생
▲ 경희대 무역학과 졸업
▲ 경희대 국제경제학 박사
▲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근무
▲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창조도시 부동산융합과정 주임교수
▲ 행정안전부 지역경제활성화 자문 및 심사위원
▲ 일자리위원회 청년일자리 자문위원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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