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강아지 미용 맡기고, 밤 10시 술취해 진상부린 주인
노트펫
입력 2018-01-03 15:07 수정 2018-01-03 15:08
[노트펫] 얼마 전 강아지 두 마리의 미용을 맡았다.
견주는 며칠 전부터 가게에 들르고, 전화까지 하면서 여러 차례 탐색을 해댔다.
아침 일찍 맡기고 저녁 늦게 찾아갈 수 있느냐. 미용을 맡기는 동안 그냥 맡아줄 수 있느냐 등등.
종종 미용을 맡기면서 거의 하룻동안 공짜로 맡기려 드는 손님이 있다. 알면서도 넘어가준다.
어쨌든 손님은 결심이 섰는지 그 전날 아침 일찍 오겠다고 했다.
전화벨소리가 울려댔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반. 그 손님이 문앞에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손님의 편의를 위해 종종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강아지들을 받아줘 왔다. 그런데 아침 일찍이 새벽 5시 반이라니.
비몽사몽에 강아지들을 일단 받았다.
한 아이는 노견에 사납고 장애가 있으며, 한쪽다리는 거의 빠져 덜렁거리는 아이였다. 한 마리는 완전 부정교합으로 윗니가 1센티정도 아랫니와 어긋난 부정교합으로 정말 심한 케이스였다.
밤늦게 온다고 했기에 오후쯤 미용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뒤늦게 손님이 함께 가져온 메모를 보다가 기함을 했다.
개들에 대한 성격 설명과 요구사항을 세세하게 적어 놓은 것이었다. 한 녀석은 성격은 까칠하며 뒷다리 인대 수술대기 중이라고 했다.
미용은 둘다 꼬리는 살짝 살리고, 발톱은 신경써서 깎아줘야 하며, 미용이 끝난 뒤에는 미리 지정한 사이즈의 옷을 입혀달라고 했다.
빈정이 상했다. 미용을 물어볼 때 강아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호텔링은 공짜로 하려 들면서, 배려도 없이 새벽에 와놓고선 자기 편의는 다 챙기려 들었다. 두 마리 미용을 한다면서 비용을 깎으려 든 것도 있었다.
어쨌든 미용을 하고 있는데 손님이 전화도 없이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불쑥 들어왔다. 혹시 때리지나 않는지 감시하러 오는 견주들이 하는 행동이었다.
미용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손님은 다시 오겠다고 하고 갔다.
피부도 좋지 않았고, 털엉킴도 심했는데 강아지들을 생각해서 약물목욕도 추가로 해준 뒤 미용 끝났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손님이 데리러 오질 않았다. 미용은 8시에 마쳐놨는데, 10시 넘어서 왔다.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자고 싶었는데,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노견인데다가 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미용 후 즉시 데려가게 하는게 내 평소 철칙이다. 그걸 지키지 않는 손님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 손님은 10시가 넘어서 술에 잔뜩 취해서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여기서 그냥 데리고 갔으면 좋으련만.
이 손님은 갑자기 미용에 대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발톱 끝을 줄톱이나 전동발톱갈이로 굴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리도 덜렁거리고, 사나운 애 다리를 붙잡고 그런거 하면 절대로 안된다. 이런 도구를 사용할 때는 최대한 잽싸게 발톱 깎는데 0.1초 빛의 속도로 깍아줘야 한다. 붙잡고 이런 도구로 발톱 끝을 굴리면 큰일 난다.
"어디서 그런 전문가적인 얘기를 들은거지요?" 그랬더니, 다니던 저쪽가게에서 그렇게 해준다고 했다.
"그럼 거기가서 하시지 여기 왜 오셨어요? 그러다 다리 빠지면 어쩔려구요? 다리 빠지면 제 책임입니까?"
빈정이 상해 있었기에 울컥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술취한 손님은 욕설 끝에 때리려는 자세를 취했다.
미용도 해달라는데로 다 해주고, 떡지고 엉킨 애를 상처없이 잘 끝냈다. 약물목욕도 그냥 해줬고 발톱도 삐죽하지 않고 각도 잘 나오게 잘 잘라줬다.
그런데 집에 가서 확인하고 내일 다시 올테니 전동공구로 굴려달라는 말에 갑자기 확 열이 솟구쳐서 손님의 말마다 말대꾸를 했고, 결국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듣고, 맞을 뻔했다.
다시는 오면 안되는 손님이었다.
애견미용은 항상 기스가 나고, 상처와 함께 찢겨질수 있는 사고가능성이 있다. 이 정도 손님이라면, 조금의 문제에도 행패에, 피곤하게 하고 정말 자신의 요구를 다 들어줄때까지 사람 잡을 것이다.
해줄 때까지 시끄럽게 하고 큰소리를 치고..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기껏 해주고 주취진상고객에게 봉변을 당했으니. 그렇게 험한 일을 당하고도 바로 잤다. 다음날 일을 해야하니까.
방어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 수 밖에 없다. 동물병원은 내 편이 아니므로. 사고가 나면 치료비는 고액인데다 또 어떻게 번질 지 모른다.
금비언니(inksong@daum.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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