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경영권 승계 시스템 손본다

강유현기자

입력 2017-12-11 03:00 수정 2017-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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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실태점검후 제도 개선”
CEO유고시 즉각승계 안이뤄져… 수장공백 장기화-‘셀프연임’ 폐단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회사들의 경영권 승계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후보 추천 과정 등을 들여다본 뒤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0일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됐지만 금융회사들이 임추위 구성이나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을 법의 취지에 따라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관계가 깊다. 최 위원장은 당시 기자브리핑에서 “(금융지주회사에서)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CEO의 유고(有故)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승계 절차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또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서 대안이 없는 것처럼 만들어놓고 계속해서 (연임)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만드는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책무유기”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 위원장이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일선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성세환 전 회장 구속 이후 5개월간 수장이 공백 상태였다. KB금융지주는 승계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CEO 후보군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돼 내부적으로 후보자가 누구인지조차 공유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는 김 회장이 차기 경쟁자를 미리 솎아내 ‘셀프 연임’에 나서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문제는 다른 일반 대기업들과 달리 뚜렷한 ‘오너’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목소리를 내는 주주가 없다 보니 CEO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들이 다시 CEO의 권력을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주를 대신해 당국이 경영진을 견제하고 인사에 개입하게 되면서 관치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혁신단’을 3년간 한시 조직으로 설치하고 내년 하반기(7∼12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이른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위험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우선 모범규준으로 감독한 뒤 내년에 법제화할 계획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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