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예산 201억? 피눈물 난다”
조건희기자 , 박훈상기자
입력 2017-12-08 03:00 수정 2017-12-08 03:00
李교수, 국회서 의료기금 유용 성토
“年150억 닥터헬기 도입 7년째… 몇백만원 무전기 없어 카톡 연락
외상센터 예산 증액 감사하지만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게 해달라”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7일 국회 세미나에서 크게 증액된 내년 중증외상 관련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일 공산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는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중증외상 예산을 5일 정부안(400억 원)보다 201억 원 늘린 601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주최 조찬 세미나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만들어준 예산”이라고 고마워하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까지 안 내려온다. ‘이국종의 꿈이 이뤄졌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례를 고려하면 꼭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08년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된 ‘응급의료기금’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일부 병원은 응급의료 장비를 산 것처럼 장부를 꾸며 기금을 빼돌렸다가 감사원에 적발됐고, 한 지방 병원장은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에게 기금을 교부해 달라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기금 총액 3260억 원 중 상당액은 소방구조 장비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위한 지출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운영비(43억8800만 원)와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 운영비(9억8000만 원) 정도다.
이 교수는 연 150억 원을 들여 운행하는 닥터헬기가 무전 장비를 갖추지 못해 지상에서 대기하는 의료진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현실도 토로했다. 그는 일본의 항공 의무팀이 헤드셋과 스피커폰으로 자유롭게 지상과 통신하는 동영상을 보여준 뒤 “한국은 닥터헬기 도입 후 7년째 몇백만 원짜리 무전기를 달지 않고 있다”며 “예산을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의료진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소방헬기를 타다가 사고로 숨지면 국립현충원에 묻힐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나 의원과 따로 만나서는 “간호사가 환자를 일대일로 돌볼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일부 센터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해군 명예 소령인 이 교수는 이날 오후 해군 정복을 입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사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사관과 신사’를 주제로 한 강의를 했다. “앞장서서 위험을 무릅쓰는 지휘관이 진짜 군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북한 귀순병을 신속히 아주대병원으로 옮긴 미군의 헬기 이송체계를 거론하며 “국군도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좀더 강화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박훈상 기자
“年150억 닥터헬기 도입 7년째… 몇백만원 무전기 없어 카톡 연락
외상센터 예산 증액 감사하지만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게 해달라”
국회서 만난 아덴만 주역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오른쪽)과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석해균 선장을 이 교수가 치료할 당시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억 원이 ‘이국종 예산’이라고요? 피눈물이 납니다.”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7일 국회 세미나에서 크게 증액된 내년 중증외상 관련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일 공산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는 북한 귀순병 사건을 계기로 중증외상 예산을 5일 정부안(400억 원)보다 201억 원 늘린 601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주최 조찬 세미나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만들어준 예산”이라고 고마워하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까지 안 내려온다. ‘이국종의 꿈이 이뤄졌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례를 고려하면 꼭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08년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된 ‘응급의료기금’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일부 병원은 응급의료 장비를 산 것처럼 장부를 꾸며 기금을 빼돌렸다가 감사원에 적발됐고, 한 지방 병원장은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에게 기금을 교부해 달라며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기금 총액 3260억 원 중 상당액은 소방구조 장비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위한 지출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운영비(43억8800만 원)와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 운영비(9억8000만 원) 정도다.
이 교수는 연 150억 원을 들여 운행하는 닥터헬기가 무전 장비를 갖추지 못해 지상에서 대기하는 의료진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현실도 토로했다. 그는 일본의 항공 의무팀이 헤드셋과 스피커폰으로 자유롭게 지상과 통신하는 동영상을 보여준 뒤 “한국은 닥터헬기 도입 후 7년째 몇백만 원짜리 무전기를 달지 않고 있다”며 “예산을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의료진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소방헬기를 타다가 사고로 숨지면 국립현충원에 묻힐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나 의원과 따로 만나서는 “간호사가 환자를 일대일로 돌볼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일부 센터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해군 명예 소령인 이 교수는 이날 오후 해군 정복을 입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조사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사관과 신사’를 주제로 한 강의를 했다. “앞장서서 위험을 무릅쓰는 지휘관이 진짜 군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북한 귀순병을 신속히 아주대병원으로 옮긴 미군의 헬기 이송체계를 거론하며 “국군도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좀더 강화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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