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어종 피라냐-황소개구리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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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25 03:00 수정 2017-10-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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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생태계 교란-위해종 관리’ 구멍

#사례1. 19일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생태계 교란종’이라 적자 생태계 교란생물 중 하나인 황소개구리를 판다는 사이트가 떴다. 판매자에게 전화해 살아있는 황소개구리를 살 수 있는 게 맞느냐고 물으니 곧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생태계 교란생물인데 구입해도 괜찮으냐”고 확인하자 “증식시켜 퍼뜨리지 않을 거죠?”라고 답했다. 이런 내용을 문의하자 원주지방환경청은 생태계 교란생물 유통금지 위반 혐의로 판매자 수사를 시작했다.

#사례2. A 씨는 애지중지 키우던 붉은귀거북을 무료 분양한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가 지난달 지방환경청 전화를 받았다. 판매와 양도가 엄격히 금지된 생태계 교란생물 붉은귀거북을 불법 유통하려 했기 때문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애완거북 분양 글을 올렸다가 범법자가 돼 기가 막히다”며 속상해했다. 24일 인터넷에 ‘붉은귀거북 분양’을 치면 여전히 수많은 분양 및 판매글을 찾을 수 있다.

19일 유명 포털사이트 쇼핑 코너에 ‘생태계 교란종’을 검색하자 생태계 교란 생물인 황소개구리 판매 사이트가 뜬 모습. 생태계 교란생물 판매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환경부는 20일 동아일보의 제보를 받고서야 생태계 교란생물 불법 유통 혐의로 해당 업체 수사에 나섰다. 인터넷 화면 캡쳐
환경부는 13일 부산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를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생물과 위해우려종 관리가 허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선 생태계 교란생물을 ‘사육·재배·방사·이식·양도·양수·보관·운반 또는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과 함께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교란생물을 양도하거나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반면 단속건수를 전자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7년간 교란생물을 불법 보관·방사한 혐의로 적발한 경우는 7건에 그쳤다. 판매를 하다 적발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렇게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교란생물종 대다수가 교란생물종으로 지정된 이후 되레 개체수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청계천에서도 발견된 생태계 교란생물 큰입배스는 2014년과 2016년 전국 모니터링에서 2년 새 상대풍부도(무작위로 포획한 생물 중 비율)가 배로 뛰었다. 식물인 가시박은 분포면적이 2014년 23만3300m²에서 29만9100m²로 28% 늘었다.

국립생태원과 외래생물 전국서식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홍선희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 교수는 “모니터링 조사는 매년 같은 지점을 조사하기 때문에 상황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교란생물 분포는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모니터링 조사에서 감소 추세로 나타난 미국쑥부쟁이를 예로 들며 “전국 실태조사 결과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경북 청송을 비롯해 호남 충남 전역 등 전국적으로 이미 넓게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위해우려종 관리는 더욱 허술하다. 생태계 유입 시 교란 가능성이 큰 위해우려종은 수입·반입 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후 판매나 양도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 2015년 강원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돼 지역을 발칵 뒤집어놓은 ‘식인어종’ 피라냐는 이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됐지만 현재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구입·양도된 피라냐가 방사되면 생태계 교란생물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부처마다 유해 외래생물을 제각각 지정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규제병해충을, 해양수산부는 유해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 교란생물을 각각 지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처별 명확한 경계가 없어 중복 지정하거나 다른 부처가 이미 지정했다며 애초 목록 지정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는 붉은불개미가 농식품부의 규제병해충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생물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제 교류가 늘면서 외래생물 유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파악한 외래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14년 2167종으로 5년 만에 2.5배로 늘었다.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외래생물이 적응해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우리 정부의 인식이 안일한 것 같다”며 “외래생물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생물위해성 평가기준도 정비하는 등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 5월에야 위해우려종의 판매·양도를 규제하는 내용의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5개월째 계류 중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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