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강병길]지금은 ‘새활용’이 대세다
강병길 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입력 2017-08-17 03:00 수정 2017-08-17 03:00
강병길 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중 하나인 로봇카 범블비는 변신하기 전까지는 날렵한 자태를 뽐내는 노란 스포츠카다.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범블비는 자원을 착취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악당들과 싸우는 위대한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속에 나타난 생존 수단인 ‘변신(Transforming)’은 요즘 대세인 ‘새활용’의 특징이다. 새활용은 영어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우리말로 더 멋지게 갈음한 순화어로, 물건의 쓰임이 정해질 때부터 만들어지고 소비될 때와 쓸모가 없어진 후에도 깜짝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 삶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즉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지구를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인류는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음식물을 버리는 건 죄로 여겼고, 사람이 먹을 수 없게 된 것은 가축에게 먹였다. 하지만 오늘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은 연간 184조 원어치, 6000만 t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먹을거리를 나누고, 식량 부족을 해결하려는 의지의 발현이자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 환경을 개선하는 수단이다.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 올해 1∼4월 전년 대비 음식물쓰레기 4만7000여 t을 줄여 84억 원을 절약했다.
의류 폐기물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에는 유행에 따라 바로바로 신제품을 내놓는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의 확대로 의류 폐기물 양이 끝도 없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의 농업 시대에는 자연 재료를 사용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합성재료의 개발과 대량 생산으로 지구는 점점 썩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 폐기물로 뒤덮여 간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평균 98.2kg이다.
옷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로 만든 우리의 조각보는 세계가 감탄하는 새활용 디자인이다. 이렇듯 새활용은 비단 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지향해야 할 라이프스타일이며 철학인 동시에 문화의 근간이다. 쓰임이 다한 물건에 새로운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고 자원이나 물건의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것, 무언가를 만들기에 앞서 쉽게 낭비되지 않게 하고 쓰임 이후의 사이클을 고려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 소중한 의미가 담긴 물건이 세월을 견디며 변신을 거듭할 수 있게 하는 것 모두가 새활용이다. 따라서 새활용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소극적 절약을 넘어 넓은 의미의 새활용을 실천하는 데에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디자이너의 특별한 아이디어나 꾸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착하고 아름다운 실천, 그것이 바로 진정한 새활용이다.
강병길 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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