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도 전통 가무와 EDM을 접목, 동화같은 극적 무대 연출
임희윤기자
입력 2017-06-09 03:00 수정 2017-06-09 03:00
10일 잠실종합운동장서 공연하는 인도계 미국 DJ 카슈미르
그의 무대 위에서 첨단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은 시타르, 인도 전통 북, 현악 연주와 협연된다. 그가 직접 쓴 시나리오에 따라 내레이션이 삽입되며 한 편의 판타지 액션영화처럼 전개된다. 독특한 음악과 무대 연출에 힘입어 그는 세계 100대 DJ 순위(‘DJ 매거진’ 선정)에 재작년 23위, 작년 12위로 혜성같이 진입했다.
“제 가족은 제가 태어나기 전 인도 카슈미르 지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어요.” 아버지는 매년 휴가 때마다 어린 홀로웰다르를 카슈미르로 데려갔다. 할아버지가 사는 그곳에서 그는 인도 동화책을 읽고 발리우드 영화를 보며 인도 문화를 피와 살 깊숙이 흡수했다. 청소년기에 그는 또래들처럼 미국 팝 음악에 심취했다.
고교 졸업장을 들고 인도에 갔을 때 일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음악가가 되겠다는 손자를 할아버지는 말렸다. 그는 전통적인 인도의 가장이었다. ‘공부를 해라. 대학을 가라. 안정을 택해라.’ 손자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홀로웰다르는 작곡 듀오 ‘캐터랙스’를 조직해 2010년 세계를 강타한 히트 곡 ‘Like a G6’를 만들었다. “마법처럼 20분 만에 만들어진” 그의 곡으로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 멤버 프로그레스, 제이-스플리프는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겐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항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곡을 써야 했기에 창의력이 제한되는 걸 느꼈거든요.”
DJ 전업을 결심한 뒤 그는 근본적 고민에 빠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과 파티에 관한 이야기 말고, ‘내가 진짜 원하는 음악, 예술은 무엇인가’의 문제…. 그때 아버지, 할아버지의 고향 카슈미르가 떠올랐어요. 나의 문화적 유산, 내가 돌아갈 곳. 저의 새 이름을 ‘카슈미르’로 지어 그곳에 바치기로 했죠.”
지난해 낸 앨범 ‘The Lion Across the Field’는 인도 동화 같다. 호기심 많은 소년이 신비로운 새소리를 좇아 아버지가 출입을 금지한 숲에 들어갔다 전설의 사자를 만나는 내용이 내레이션과 음악이 교차되며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어린 동생을 위해 제가 쓴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곧 동화책 형태로도 출간할 겁니다. 속편도 낼 거예요.”
인도 전통문화와 첨단 EDM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은 파티가 아닌 사유의 힘이었다. “간판과 정의(定義)를 걷어내고 음악에 대해 좀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사유해 보면 당신도 알게 될 겁니다. 즐기고 슬퍼하며 낯선 사람과 감정적 유대를 느끼는 것은 현대 댄스음악과 옛날이야기가 공히 가진 핵심 요소거든요.”
2015년 인도 고아에서 열린 ‘선번 페스티벌’. 홀로웰다르는 할아버지를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부르던 발리우드 노래 ‘카즈라 레(Kajra Re)’를 함께 불렀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쿠르타(남아시아 지역에서 입는 헐렁한 셔츠)를 입고서.
금지된 숲에 입장한 소년은 마침내 사자를 찾아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인도 전통 의상인 쿠르타를 입은 DJ 카슈미르. 울트라 코리아 제공
카슈미르(KSHMR·본명 나일스 홀로웰다르·29)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도계 미국인 DJ다.그의 무대 위에서 첨단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은 시타르, 인도 전통 북, 현악 연주와 협연된다. 그가 직접 쓴 시나리오에 따라 내레이션이 삽입되며 한 편의 판타지 액션영화처럼 전개된다. 독특한 음악과 무대 연출에 힘입어 그는 세계 100대 DJ 순위(‘DJ 매거진’ 선정)에 재작년 23위, 작년 12위로 혜성같이 진입했다.
3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한 DJ 카슈미르(가운데). 그는 “발리우드 영화의 인기에 인도 음악의 날카로운 멜로디가 크게 기여했다. 그것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결합하는 일은 짜릿하다”고 했다. 울트라 코리아 제공
‘울트라 코리아 2017’(10, 1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첫날 출연하는 그를 국제전화로 먼저 만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집에서 태평양 건너로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가 무대에 펼치는 스토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나 다름없었다.“제 가족은 제가 태어나기 전 인도 카슈미르 지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어요.” 아버지는 매년 휴가 때마다 어린 홀로웰다르를 카슈미르로 데려갔다. 할아버지가 사는 그곳에서 그는 인도 동화책을 읽고 발리우드 영화를 보며 인도 문화를 피와 살 깊숙이 흡수했다. 청소년기에 그는 또래들처럼 미국 팝 음악에 심취했다.
고교 졸업장을 들고 인도에 갔을 때 일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음악가가 되겠다는 손자를 할아버지는 말렸다. 그는 전통적인 인도의 가장이었다. ‘공부를 해라. 대학을 가라. 안정을 택해라.’ 손자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홀로웰다르는 작곡 듀오 ‘캐터랙스’를 조직해 2010년 세계를 강타한 히트 곡 ‘Like a G6’를 만들었다. “마법처럼 20분 만에 만들어진” 그의 곡으로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 멤버 프로그레스, 제이-스플리프는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겐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항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곡을 써야 했기에 창의력이 제한되는 걸 느꼈거든요.”
DJ 전업을 결심한 뒤 그는 근본적 고민에 빠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과 파티에 관한 이야기 말고, ‘내가 진짜 원하는 음악, 예술은 무엇인가’의 문제…. 그때 아버지, 할아버지의 고향 카슈미르가 떠올랐어요. 나의 문화적 유산, 내가 돌아갈 곳. 저의 새 이름을 ‘카슈미르’로 지어 그곳에 바치기로 했죠.”
지난해 낸 앨범 ‘The Lion Across the Field’는 인도 동화 같다. 호기심 많은 소년이 신비로운 새소리를 좇아 아버지가 출입을 금지한 숲에 들어갔다 전설의 사자를 만나는 내용이 내레이션과 음악이 교차되며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어린 동생을 위해 제가 쓴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곧 동화책 형태로도 출간할 겁니다. 속편도 낼 거예요.”
인도 전통문화와 첨단 EDM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은 파티가 아닌 사유의 힘이었다. “간판과 정의(定義)를 걷어내고 음악에 대해 좀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사유해 보면 당신도 알게 될 겁니다. 즐기고 슬퍼하며 낯선 사람과 감정적 유대를 느끼는 것은 현대 댄스음악과 옛날이야기가 공히 가진 핵심 요소거든요.”
2015년 인도 고아에서 열린 ‘선번 페스티벌’. 홀로웰다르는 할아버지를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부르던 발리우드 노래 ‘카즈라 레(Kajra Re)’를 함께 불렀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쿠르타(남아시아 지역에서 입는 헐렁한 셔츠)를 입고서.
금지된 숲에 입장한 소년은 마침내 사자를 찾아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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