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배문제 해결하겠다”는 장하성, 성장해법도 내놔야

동아일보

입력 2017-06-05 00:00 수정 201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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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어제 “소득 하위계층의 근로소득 악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며 “분배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경제구조를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 소비를 살리고, 회복되는 내수가 다시 경제를 성장하게 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성장 해법이다. 당장 10조 원 추가경정예산의 힘을 빌려 사회 양극화로 인한 급한 불을 끄자는 데 공감이 가지만 하위계층 소득주도 성장이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장 실장의 해법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를 줄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는 최근 소득양극화 현상을 ‘재난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일손을 놓고 있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염려된다. 장 실장은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세울 수 없다”고 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한다. 양극화 해소 정책에 매달리다가 성장의 기회를 붙잡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선 곤란하다.

장 실장은 대기업이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사내유보금으로 잉여금을 쌓아놓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재벌에 채찍을 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의 투자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더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일자리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장 실장은 노동계 목소리에만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사용자단체와도 충분히 협의하고 강성노조에도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해법만 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공기업과 민간기업, 업종 등에 따라 처한 현실이 천차만별이다.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 자체가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어제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단 1원의 국가예산도 반드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이 일자리상황판에 나타나는 수치에 담긴 복잡한 함의(含意)까지도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할 것이다.

최근 1년 동안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원인이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서비스업에서 임시직 근로자가 감소하고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영세한 협력업체 인력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장 실장은 지적했다. 그렇다면 추경으로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늘려 국가재정에 부담을 지울 일이 아니라 서비스업 규제부터 풀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장 실장의 추경 해법에서 그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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