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론 수백대 띄워 미세먼지 잡는다?

황태호기자

입력 2017-03-31 03:00 수정 2017-03-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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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후車단속으론 한계”… 필터 단 드론이 빨아들이거나
물-화학물질 살포 방안 검토
전문가 “현재 기술로는 쉽지않아”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드론(무인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후 경유차량 단속이나 도로의 분진 흡수 같은 기존 대응책으로는 중국발로 추정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국내에서 발생원을 줄이는 것 말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드론을 활용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심각한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덮쳤던 이달 17∼21일 미세먼지 국외(國外) 기여율은 최고 80%가 넘어섰다.

현재까지 고안된 드론을 활용한 미세먼지 제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세먼지 제거 필터를 장착한 드론 수십∼수백 대를 특정 지역 상공에 띄워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일종의 ‘나는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이 방식은 지난해 미국 유력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에 소개됐다.

또 다른 방법은 드론이 공중에서 물이나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2014년 자국 군수업체인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中國航空工業集團公司·AVIC)와 계약을 체결해 이 같은 미세먼지 제거용 드론 개발에 착수했다. 이 드론은 미세먼지를 뭉쳐 응고시키는 화학물질 700kg을 공중에서 뿌려 5km 반경의 미세먼지를 땅에 떨어뜨린다.

인공강우를 만들 수 있는 요오드화은 물질을 탑재한 드론을 띄워 미세먼지가 심한 곳에 비를 내리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서울시와 비슷한 영향을 받는 경기도가 올해 실험에 나설 계획이기도 하다. 서해를 건너는 미세먼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 서해안 상공에 비행기를 띄워 인위적으로 비를 내려 ‘차단막’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법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드론 활용은 관측 차원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3년까지 드론을 활용해 미세먼지 이동관측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소형 측정 센서를 달아 고도 2km 정도만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반면 공중에서 미세먼지를 직접 제거하기 위해선 대형 장비를 탑재해야 하고, 고도도 더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항공기계학과 교수는 “미래에는 무인기가 미세먼지 대응에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대형 고정익 비행기나 무인 비행선이 아닌 소형 멀티콥터(여러 개의 회전익으로 나는 비행기) 드론은 고도나 중량에 한계가 있다”며 “기술 개발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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