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홀가분한 주말이 있는 삶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입력 2017-03-11 03:00 수정 2017-03-11 03:00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최근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건전한 여가문화’를 활성화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해 매월 1회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침체된 소비심리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이에 ‘건전한 여가문화’가 무엇인지 되새겨 봅니다. 나아가 여가의 의미에 대해 다각적으로 성찰하게 됩니다. 사전은 여가란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먹고 자는 것처럼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활동과 직업상의 노동이나 필수적인 가사 활동같이 일상적 스트레스를 주는 의무적인 일들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여가란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라는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신(神)만이 ‘부동의 쾌락’을 완벽히 즐길 수 있다고 했지요. 사람은 움직여야 즐거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놀이하고, 운동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여가는 결국 ‘여가 선용’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부담도 없는 완전 무위(無爲)의 상태까지는 아닐지라도 최대한 홀가분할 때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여가를 좋은 데에 쓰려고 할 것입니다. 홀가분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홀가분할 때 자신에서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즉 개인의 이해득실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을 맛보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이게 됩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됩니다. 세상을 좀 더 넓고 깊게 보게 됩니다.
바로 이 점에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여가의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이에 대해 고대로부터 철학자들은 숙고해 왔습니다. 일상에 여가의 시간이 있어야 ‘나 혼자만의 삶’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일상의 여러 짐들로부터 홀가분해질 때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16세기에 이상 사회를 설파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핵심적인 주제였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하루 6시간 노동합니다. 오전 3시간 일하고, 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고, 점심 후에 2시간 쉬고 나서 다시 3시간 일합니다. 그 이후에도 충분한 여가 시간이 있습니다. 여가에 유토피아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요. 물론 다양한 놀이를 즐깁니다. 이와 함께 ‘정신적 자유와 교양의 함양’에 여가를 할애합니다. 자유로운 교양의 함양을 통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됩니다. 이상적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상을 향해 걷지 않으면 현실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여가 선용은 우리를 개인에서 시민이 되게 합니다. 현실 정치가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레저는 ‘문명화의 기제(civilizer)’라고 한 것도 개인이 시민으로 성숙해 가는 데 여가의 역할이 중요함을 말한 것입니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여가는 성스럽다’라고 한 것도 ‘함께하는 삶’의 깊은 의미를 전한 것입니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가족과 함께 소비활동을 하는 것도 공동체에 보탬이 될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성숙을 위해 ‘홀가분한 주말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아닐까요.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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