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부행장… 女風… ‘성과’ 바람 분 은행人事

박희창기자 , 주애진기자

입력 2016-12-30 03:00 수정 2016-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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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사 파격-깜짝 발탁 두드러져… 보수적인 은행권도 성과주의 확산
내년 3월 CEO 큰 폭 교체 가능성


  ‘50세 고졸 부행장, 부장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발탁, 여성 임원의 약진….’

 올 연말 이뤄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됐다. 40대 임원과 50세 부행장, 여성 임원들의 발탁 인사가 눈길을 끌었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성과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승진할 수 있다’는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성과 중심’에 ‘역대 최대’ 기록도

 29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한준성 부행장(50)이 내년 1월 1일부터 미래금융그룹을 진두지휘한다. 은행권 부행장 중 최연소인 그는 선린인터넷고(옛 선린상고)를 졸업한 고졸 출신이다. NH농협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선 몇 단계를 건너뛴 발탁 인사가 이뤄졌다. 농협금융 계열사 중 하나인 NH선물의 이성권 신임 대표이사(56)는 농협은행 부장에서 바로 CEO가 됐다.

 농협은 일반적으로 상무급 임원 중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를 선임해 왔다. 신한금융도 SBJ은행(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의 진옥동 법인장(55)을 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진 부행장은 상무급에서 부행장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부행장을 달았다.

 A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보면서 연공서열보단 철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진다는 공감대가 일반 행원들 사이에서도 형성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성 임원의 약진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신용정보 대표이사에 내정된 김해경 부사장(55)은 그룹 최초의 여성 계열사 대표이사다. 지주 은행 증권 3사의 자산관리(WM) 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 자리도 박정림 전 은행 여신그룹 부행장(53)이 맡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능력 중심의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주 전체에서 상무 이상 여성 임원은 5명이다. 우리은행은 영업 최고 격전지인 강남의 영업본부를 여성 본부장 2인 체제로 구성했다.

 임원들의 연령대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국민은행에서 자본시장본부를 이끌 하정 본부장은 49세에 임원이 됐다. KEB하나은행의 개인영업그룹 장경훈 신임 부행장과 신한은행 부행장보로 승진한 박우혁 김창성 본부장은 1963년생이다.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 치웠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지점장 승진 인사(177명)를 단행했고, 하나은행도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본부장 16명을 승진시켰다.


○ 내년 3, 4월엔 CEO 인사 태풍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모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민영화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외환·하나은행의 첫 통합 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마찬가지로 3월 임기가 끝난다. 김용환 NH농협 회장의 임기도 4월까지다.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원진을 유지하며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는 모습도 나타났다.

 신한금융이 28일 발표한 임원 인사 대상자 27명 중 15명이 연임됐다. KB금융도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대표이사 7명 중 3명만 교체했다. 국민은행에선 임기가 끝나는 임원 13명 가운데 12명이 승진 또는 재임용됐다. 이오성 부행장(57)은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로 승진해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CEO 교체 및 연임이 결정된 이후 대규모 인사가 다시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함께 맡는 ‘KB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의 임직원이 자회사 등에서 겸직하려면 사전 승인이나 보고를 해야 하는 규제를 완화해 사후 보고로 기본 틀을 바꿀 계획이다. 국내 금융 그룹의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 CEO와 은행 등 주요 자회사 CEO의 권한 충돌 가능성이 높아 지주 전체 차원의 전략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신한금융이 내년 3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B은행 관계자는 “조용병 행장이 지주 회장까지 겸직하는 식으로 CEO 교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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