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란 와중에… “트럼프 쓰나미 닥칠텐데 피할 곳이 없어”

전주영기자 , 차길호기자

입력 2016-11-10 03:00 수정 2016-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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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태풍]
국내서도 트럼프 쇼크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한민국 국민들도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는 미국 주요 매체들의 전망이 9일 보기 좋게 뒤집히자 국민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회사원 정미현 씨(40·여)는 “미국 언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나아가 전 세계가 다 클린턴을 지지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허탈해했다. 회사원 이모 씨(30·여)도 “최순실 게이트만으로도 한숨이 나오는데, 막말을 쏟아낸 트럼프가 당선되는 걸 보니 도대체 정치가 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미 대선은 국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 9일 정오경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트럼프’ ‘트럼프 공약’ ‘CNN’ ‘오바마 케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미국 대선 결과’ 등이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올랐다.


○ 어떡하지?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 국민들에게 민감하게 다가온 것은 한국의 안보, 경제와 깊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 중 자국민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부정적 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이 신경 쓰인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날 오전부터 외신을 실시간으로 검색했다는 대학생 정은택 씨(24)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쏟아냈던 언행들을 보면 한국 경제나 안보도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못지않게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회사원 권모 씨(45)는 “트럼프의 공약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100%까지 올리면 앞으론 우리 세금으로 미군 월급까지 줘야 하는 것이냐”며 “세금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두렵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체 핵무장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할 듯, 북한이랑 곧 전쟁 일어나겠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요동치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곡(哭)소리를 낼 것”이라는 의견과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를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주가 폭락에 주식 투자자들도 “‘개미들의 지옥’이 됐다”며 패닉에 빠졌다. 이날 주식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투자자들이 개표 현황에 따라 시시각각 ‘테마주’를 탐색하느라 바빴다. 오전에는 대주주 관계자가 클린턴과 대학 동문이라는 회사가 관심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트럼프의 우세가 확연해지자 트럼프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회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실제 방위산업이나 핵 관련 주식은 급등세를 보여 투자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유학이나 이민을 준비하던 사람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 최모 씨(28·여)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 유학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들게 돼 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왜 하필 이런 때에…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5%로 곤두박질치고 주말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등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나온 미국 대선 결과는 엎친 데 덮친 ‘악재’라는 평이 나온다. 주부 최모 씨(50)는 “곧 거대한 태풍이 불어닥칠 텐데 우리나라에는 비를 피할 곳이 없다. 하루빨리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고 국정을 정상화해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닥칠 위기를 돌파할 대통령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회사원 김모 씨(40)는 “최 씨의 국정 농단으로 세계적인 조롱을 받은 현 정권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세워 실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회사원 이민섭 씨(33)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미국의 정책이 한순간에 돌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민 반응하지 말고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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