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재주꾼’ 드론… 너무나 좁은 서울하늘

신무경 기자

입력 2016-10-12 03:00 수정 2016-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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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장벽에 발목 잡힌 신성장 동력

 
드론으로 촬영한 아마추어 축구 경기의 한 장면. 드론 영상 전문 촬영 업체는 영상을 편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계까지 하면서 누리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고고알레알레알레 제공
지난달 17일 연세대와 삼육대 간 서울권 대학 축구 챔피언스리그가 열린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효창운동장. 무인비행기(드론) 한 대가 축구 선수들만큼이나 열심히 상공을 날아다니며 경기를 촬영했다. 아마추어 경기여서 경기장의 관람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15만 명이 시청했다.

 드론으로 아마추어 축구 경기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고고고알레알레알레’의 윤현중 대표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지만 상공에서 촬영한 새롭게 보이는 화면과 이를 박진감 있게 편집한 기술 때문에 보는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벌였던 양 팀은 녹화 경기를 보며 자신의 팀과 상대팀의 전술을 분석하기도 한다.

 드론이 일상으로 더 깊숙이 날아들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3040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드론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아마추어들의 스포츠 방송과 개인 출판물, 개인 사진전 등으로 그 활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 드론 활용한 콘텐츠 제작 활발

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이 지난달 드론으로 촬영한 전남 여수시 거문도의 전경. 이 연구원은 “드론만큼 섬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는 기기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언 씨 제공
 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은 1991년부터 전국의 섬들을 찾아다니며 섬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책으로 엮어 출간하다 우연히 드론이 촬영한 섬 사진을 보고 매혹됐다. 각각 찍어야만 했던 아름다운 해수욕장, 선착장 등 피사체들을 드론으로는 사진 한 컷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 지난해부터 드론 촬영기술을 배워 섬의 생생함을 담아온 이 연구원의 책은 연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1999년부터 사진 촬영을 업으로 삼던 사진작가 조성준 씨(35)는 그동안 수많은 사진을 찍어오면서 하늘에서 피사체를 수직 촬영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드론 등장 이전에는 이런 사진들을 얻으려면 헬리콥터를 타야 해서 쉽지 않았다. 조 씨는 2014년 드론 보급이 본격화되자 바로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드론으로 촬영한 개인 사진전을 열었다.

 취미로 드론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다는 정보기술(IT) 업체 홍보이사 이승기 씨(37)는 “패러글라이딩, 경비행기 조종사들이 하늘에서 느끼는 희열처럼 드론을 이용해 동영상을 촬영하면 사물에 대한 관점이 재정의되는 것만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 비싼 가격과 복잡한 규제는 여전히 장벽

 드론이 일상 생활로 들어오고 있지만 제약은 여전히 많다. 모형 비행기 등을 날리는 용도의 서울 가양대교 북단 가양 비행장과 강동 광나루 비행장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는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허가 절차도 복잡하다. 지역마다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 서울지방항공청 등 신고 주체가 다르다. 이를테면 서울 중심부인 종로 일대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날리고자 하면 국방부에서 비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도방위사령부에 7일 전 신고를 해야만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치다 보면 꼬박 2주일가량 걸린다고 말한다.

 비싼 드론 가격도 장벽이다. 인지도가 낮고 카메라 렌즈가 탑재되지 않은 드론은 5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지만, DJI와 같은 브랜드에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기능이 담긴 드론은 100만 원대를 넘나든다.

 박재흥 대경대 드론학과 교수는 “경찰서 등 관공서 한 곳에 신청하면 손쉽게 날릴 수 있도록 절차를 간략하게 해야 드론 저변이 넓어지고 산업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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