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혈세투입 조선3社 여전히 ‘갑질 단협’

유성열기자

입력 2016-08-18 03:00 수정 2016-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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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고용지원 받는 STX-한진重-성동조선, 불합리한 조항 논란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을 받는 일부 조선업체 노사가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단체협약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노조의 이런 ‘갑질’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된 조선업체 가운데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3개의 대기업이 법에 어긋나거나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조선업체와 협력업체 등 7900여 곳에 1년간 7500억 원을 지원키로 했고, 3개 업체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돼 현재 고용유지 지원금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동조선해양은 정리해고나 회사의 분할 합병 양도는 물론이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때도 노조와 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STX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도 파업 등 쟁의 기간에는 인사 조치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단체협약을 두고 있다. 특히 이들 노사는 복수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1개 노조를 유일 교섭단체로 인정했다. 고용부는 이런 조항이 경영권과 인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하고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성동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은 업무상 재해 또는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장애가 생긴 근로자의 자녀를 우선·특별 채용하는 이른바 ‘고용 세습’ 조항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STX조선해양은 업무상 재해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까지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최근 울산지법 등 1심 법원은 업무상 재해 근로자 가족에 대한 우선·특별 채용도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고용정책기본법(7조)과 직업안정법(2조)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정부도 이런 판례에 따라 업무상 재해 가족 채용도 불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시정 방침을 밝혔다. 고용부는 일단 자진 시정을 유도한 뒤 개선되지 않으면 조사를 통해 노사 양측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도 최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만 가능해 시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노조들도 “정부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트집을 잡고 있다”며 반발한다.

민노총 소속인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이미 지난달 20일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업체 8개 노조 연대)가 실시한 1차 총파업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참여했고 이달 25일 2차 총파업 선언도 앞두고 있다. STX조선해양도 실제 파업은 하지 않았지만 파업 투표는 가결된 상태다. 다만 2012년 민노총을 탈퇴한 한진중공업은 노조연대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파업은 하지 않았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도 193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회사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을 시정하지 않고 파업까지 벌이는 노조에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현대 대우 삼성 등 ‘빅3’ 노조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파업을 할 경우 특별고용지원 대상에서 계속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예고대로 파업에 들어간다면 정부가 이들 업체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의원은 “고용 세습 등 위법한 단체협약은 청년들의 간절한 희망을 무참히 짓밟고 공정한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에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폐단은 막아야 한다”며 “정부의 특별 지원은 이런 조항이 사라진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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