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車 기술 찾아라” 로봇개발 한일戰

김성규기자 , 정현우 인턴기자

입력 2016-07-21 03:00 수정 2016-07-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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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웨어러블 로봇 vs 도요타-혼다 휴머노이드

본보 김성규 기자가 19일 오전 경기 의왕시 철도박물관로 현대자동차중앙연구소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현대차의 의료용 로봇 ‘H-MEX’를 체험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근력이 약한 사람들의 보행을 돕는 로봇 ‘H-LEX’. 현대자동차 제공
한일 자동차업체들이 로봇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언뜻 ‘자동차 회사가 왜 로봇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자동차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해 전체 산업계의 각종 첨단 기술이 모두 녹아들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를 포함한 차세대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술 확보를 위해 로봇 개발은 필수적인 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일본에서는 도요타와 혼다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주력하는 데 비해 일본 업체들은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어 방향이 다르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차가 개발 중인 로봇을 ‘입어보기’ 위해 19일 경기 의왕시에 있는 현대차중앙연구소를 찾았다.



○ 현대차 로봇 직접 ‘입어보니’


10여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는 ‘로봇제어평가실’에 들어서니 한눈에 재활 기구처럼 생긴 기구와 트레드밀(러닝머신), 근력운동 기구처럼 생긴 장비가 들어온다. 현대차의 웨어러블 로봇 개발 방향은 크게 3가지다.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도와주는 의료용 로봇, 노인 등 근력이 약한 사람의 활동을 도와주는 일반용 로봇,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이 쓸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이다.

이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신 마비 환자용 로봇 ‘H-MEX’를 직접 착용해봤다. 무게는 15kg 정도지만 로봇이 스스로 서 있고 그 발판 위에 사람이 올라서는 것이라 무게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상체를 약간 기울여 왼발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버튼을 누르자 자동으로 오른발이 걷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다소 어색한 감은 있었지만 로봇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오른발 쪽에 무게를 싣고 버튼을 누르니 이번에는 왼발이 움직였다. 이런 식으로 한 걸음씩 걸을 수 있었다. 아직 기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평지뿐 아니라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고, 의자에 앉을 수도 있다. 추후에는 밀쳐도 스스로 서 있게끔 하는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기술 보강과 임상실험을 거치고 가격을 낮춘 뒤 상용화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로봇은 벌써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H-MEX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현동진 인간편의연구팀 파트장은 “지난해 한 박람회에서 제품을 보신 환자의 가족이 ‘당장 살 수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 로봇 기술, 차에 접목

로봇 개발이 자동차를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을 줄까. 전문가들은 “로봇과 자동차는 개발 과정이 비슷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둘 다 굉장히 많은 부품이 필요한 조립산업이고, ‘이동’이 주요 기능이기 때문에 센서와 인공지능, 자세제어 등 다양한 기술을 서로 공유한다. 실제 혼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개발하면서 얻은 기술을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에 적용하고 있다.

이달 초 도요타는 “2019년부터 집 안 청소, 노인 및 유아 돌봄 보조 등에 사용되는 가정용 로봇의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일반 가정에 월 9만 엔(약 97만 원)에 임대할 것”이라고 밝혀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혼다는 2000년에 이미 아시모를 선보이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명사로 발전시켰다.

인간을 닮아 스스로 움직이는 일본 로봇에 비해 현대차의 로봇은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웨어러블’에 초점이 있다. 현 파트장은 “휴머노이드는 완벽한 인공지능이 필요하지만,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지능을 이용할 수 있어 인간과 로봇의 능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는 ‘어디에 쓸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목적이 불분명한 점이 있지만 웨어러블 로봇은 이동을 도와준다거나 무거운 것을 들게 해주는 등 목적이 분명해 상용화도 더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왕=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정현우 인턴기자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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