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들 이공계 여성연구인력 모시기 경쟁

강동영 전문기자

입력 2016-06-28 18:14 수정 2016-06-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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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본 산업계 여성연구인력 현황
한국경제의 미래, 여성 R&D 인재 활용에 있다


어제(6월28일)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30여명이 한데 모여 ‘제4차 산업혁명포럼’을 출범시켰다.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로 주장한 내용은 바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공학 인재 양성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계의 토대를 든든히 다져야 한 다는 것. 주목되는 점은 이 날 모임을 주도한 의원들이 여야 3당 비례대표 1번(이공계 ‘산·학·연’ 출신 여성 의원)들이었고 특히 여성공학인재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시대, 산업구조 재편에 필요한 여성인력을 찾아라!

□선진기업들도 이공계 여성연구인력 모시기 경쟁

최근 들어 국가적으로 여성 공학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짐에 따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급속히 개편되면서 창의성,정밀함,세밀함을 요구하는 융복합적 신산업 창출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여성 R&D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산업기술 분야에 여성 참여가 매우 저조하여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서 등 핵심 기술과 기획설계 등 소프트파워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공학 및 과학분야에서 심각한 인력부족이 전망되는데 바이오 의약, 사물인터넷, 신소재 나노, 로봇기술 등 9대 유망분야 모두 필요 인력에 비해 절반도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문 인력난의 유일한 해법은 바로 여성 R&D 인력 확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의 경력복귀와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

□작지만 귀한 결실… 절실한 지원확대

물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당 분야의 여성인력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시장에서 놓치고 있거나 실패한 부분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예컨대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던가 수요와 공급을 매치시켜주고 취업되었다 하더라도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컨설팅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역할을 (사)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회장 오명숙)가 사회 적 시스템으로 수행 중이다. 그 가운데 대표사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경력단절 여성의 경력 복귀와 함께 사회 초년생 여성인력의 커리어 관리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R&D라는 특수한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경력 복귀 프로그램은 교육과 인턴십을 통한 직무 훈련을 제공하고 이를 발판으로 이들 인력의 R&D 분야로의 재진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성과와 참여인력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금년부터는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예방할 수 있는 사업들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어서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오명숙 회장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산업계에서 활약하는 여성 연구인력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한편 휴직상태가 오래된 여성연구인력들도 산업현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한 ‘K-Girls’ Day‘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률 향상 기대… 공학 인력 수급 균형에 기여

산업현장의 이공계 여성인력 증가는 단순히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통한 고용률 상승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증대와 함께 R&D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일찌감치 이공계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의 주도하에 여성의 공학 분야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특히 2001년부터 여학생들이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을 방문, 산업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Girls’Day 행사는 R&D 강국 독일의 든든한 토양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올해 행사는 9,500여 개 기업, 여학생 11만 명이 참가하는 범국가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해왔고 현재는 유럽 16개국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산업통상자원부 주도하에 2013년부터 K-Girls‘Day 행사를 개최하며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늘리고 미래 여성R&D인력으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교육부도 여성공학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공대교육 시스템을 개편하고 여성공학도의 취업도 지원하는 ’여성공학 인재양성 사업(WE-UP)‘을 계획하고 있다. 입학단계에서 여대생의 공학분야 진출을 유도한 뒤 취업 지원에까지 초점을 두고 여성 맞춤형 전공 트랙이나 교과목 개설, 취업지원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결국 산업현장의 이공계 여성인력 증가는 단순히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통한 고용률 상승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증대와 함께 R&D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일이다. 향후 다가올 미래 사회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경쟁력이 아닌 여성 연구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계 여성연구인력활용… 패러다임 바꿀 때
여성과학기술인력 리턴쉽 지원…70%가 3년후에도 계속 재직 중


과학기술 일자리는 특성상 한 번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사무직 여성은 40대에도 복귀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지만 연구개발이나 산업계 전문분야에 근무하는 이공계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력 단절된 이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못하고 비경제활동 인구로 전환되고 있다. 그만큼 경력단절 효과가 강하게 유지된다는 뜻으로 이는 기술·연구 트렌드가 급변하는 과학기술분야 특성상 경력복귀가 쉽지 않은데다 근로시간이 불분명한 연구개발 업무의 특성으로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공계 여성들의 경력복귀에 더 많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을 받아 이공계 분야 경력단절 여성이 R&D 분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지원사업은 유사한 프로그램들 중 가시적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 한화진)가 수행하는 이 사업은 선정된 이공계경력단절 여성들이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매년 2천만 원 이내 연구비를 지급하며, 1년마다 평가를 통해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는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과 연구기관을 연결해줌으로써 그들이 R&D 과제에 투입됨과 동시에 연구실적과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고 해당 인력에게도 이익이 되면서 그들을 채용한 연구기관 또한 인력수급과 동시에 연구경력 활용을 통한 성과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가져왔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2016년 127명을 지원하여, 경력 단절된 여성과학자가 연구현장에 복귀하거나 기존에 자신들이 일했던 전문분야로 재진입해서 전문가로 자리잡는 데 디딤돌 역할을 수행했다.

이렇게 연구현장으로 복귀한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창출해낸 성과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지난 4년여간 SCI 논문 117건, 특허출원 47건 등이 이뤄져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높은 성과로 인해 해당 분야로 복귀한 인력들 중 70% 이상이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과학기술분야 경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짧은 지원시기에도 불구하고 고용유지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그만큼 지원을 받은 기관과 인력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창출해낸 것이다.


- 경력복귀지원사업 규모 확대해야

□ 3¤40대 재취업 정책사업모델로 타분야 적용 가능

우리나라 전문학사 이상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 규모가 약 3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석·박사급은 1만7천 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력복귀를 지원하는 정부사업에서 지난해까지 4년동안 불과 169명만이 혜택을 받았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수준으로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는 출산율 제고로 이어져 초고령 사회의 진입을 늦추는 부가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정부지원혜택이 종료된 이후에도 70%이상이 지속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은 타지원사업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의 경력복귀 지원사업은 타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인터뷰

‘소프트파워’ 장착한 여성 인력확충…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길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한화진 소장


“향후 다가올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그에 걸맞는 대응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한데 우리도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살아 남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은 “최근 다보스 포럼뿐 아니라 많은 미래학자들이 여성인력 활용 정도에 따라 산업계를 포함한 국가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견했듯이 여성과학기술인의 중요성은 향후 더욱 커질것”이라며 어제 출범한 국회의 ‘4차산업혁명포럼’출범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특히 급격한 산업구조 혁신과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을 통한 신산업의 등장으로 인해 여성 특유의 장점을 가진 여성과학기술인력 확보가 곧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리더 기업들이 우수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소장은 이와함께 “산업계의 여성 과학 기술 인력 양성과 활용 지원의 성공 여부가 국가 경쟁력 제고를 판가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고급 과학기술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유망 일자리를 발굴하고 경력단절 여성에게 그에 맞는 역량교육을 시켜 산업 현장과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영 전문기자kdy1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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