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값보다 맛” 말단부터 CEO까지 모두 OK해야 출시

정지영기자

입력 2016-05-16 03:00 수정 2016-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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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피코크’ 간편가정식 돌풍
색-맛-향 철저검증후 재료 선택… 스파게티 소스는 伊서 직접 조달
유명 맛집 사장 삼고초려로 설득… 불맛 ‘초마짬뽕’ 등 협업상품 시판


▲이마트의 자체 식품 브랜드(PL) ‘피코크’는 무조건 싸게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높은 수준의 맛을 구현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매장에서 소비자가 피코크 제품을 고르는 모습. 이마트 제공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는 데다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는 메뉴도 많기 때문이다. 혼자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의 고민을 해소해 주며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이마트에서 내놓은 ‘피코크(PEACOCK)’다.

피코크는 간편가정식을 중심으로 한 이마트의 자체 식품 브랜드(PL)다. ‘맛잇는 PL 브랜드’를 콘셉트로 내세운 피코크는 브랜드 출시 이후 일취월장하고 있다. 2013년 34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4년 750억 원, 2015년 1270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5년에는 브랜드 고객 만족도 간편가정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코크의 성장 요인을 분석했다.


○ 맛과 문화를 만들다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마트가 개설한 ‘피코크 키친’에서 요리사들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피코크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면서 원점에서 모든 것을 재검토했다. 2009년 김일환 피코크 담당(당시 HMR 팀장)과 팀원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미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세계의 주요 PL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했다.

영국의 마크스 앤드 스펜서, 프랑스의 피카르 등을 다니면서 이들로부터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 김 담당은 “그전까지만 해도 ‘가격이 싸야 한다’는 것이 PL 브랜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계적인 식품회사들을 돌아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본원적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식품의 가치는 맛에서 나온다. 피코크는 가격보다 ‘맛’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돌아와 식품을 개발할 때 꼼꼼한 맛 검증 절차를 만들었다. 일단 말단 직원부터 최고 경영진까지 모두 맛 검증 절차에 참여했다. 피코크 요리사와 바이어, 업체, 개발자, 주부 등도 평가단에 포함시켰다. 나중에는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색, 맛, 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 다양한 집단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도 출시가 안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복잡한 맛 검증 절차 때문에 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떡볶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 음식 중 하나인 만큼 국민 대부분이 떡볶이 전문가 수준이다. 따라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맛을 내기 위해 2년을 노력했지만 철저한 검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아직도 제품이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재료를 선정할 때도 엄격하다.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다. 피코크는 이탈리아에 가서 방울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생산하기로 했다. 기존 일반 토마토로 만든 소스와는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해서였다. 해외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식품을 만들어 한국에 가져오는 방식을 택했다. 엄청난 투자비가 들었지만 그 덕분에 한국에 없던 토마토소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세계 PL 브랜드를 통해 배운 또 하나는 ‘문화’였다. 식품이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사회적 관습이자 소통의 수단으로서 하나의 문화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취지에서 이마트는 지난해 ‘피코크 키친’을 만들었다. 이는 미국의 웨그먼스 푸드마켓과 영국의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을 참고했다. 두 곳 모두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피코크 키친은 유명 요리사들이 직접 피코크 식품을 시연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다

피코크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외부와 협업했다. 작은 식당이라도 배울 것이 있다고 여겨지면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협력 사업을 전개했다. 실제로 숨겨진 맛 집을 찾기 위해 피코크팀은 전국을 돌아다녔다. 콧대 높은 맛 집 사장들을 설득하기 위해 삼고초려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협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가 ‘초마짬뽕’이다. 피코크 팀원은 서울 홍익대 앞의 유명 맛 집인 초마짬뽕의 짬뽕 맛을 구현하기 위해 초대형 조리기구를 설치해서 특유의 불 맛을 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 초마짬뽕과 똑같은 맛을 내기 위해 내부에서 열 번도 넘게 맛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서울 강남의 유명 한정식 전문점 삼원가든과도 협업했다. 삼원가든 육수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육수 진액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기보다 가정식 조리법을 적용하는 등 제품 개발에 신중을 기했다.

자체 제품 개발에도 열중했다. 부산어묵과 단무지 등은 직접 만들었다. 김 담당은 “매장에 가서 보면 어묵은 다 ‘부산어묵’이다. 그런데 정작 부산에 있는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진짜 부산어묵’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피코크팀은 부산에 있는 어묵 공장을 찾아내 ‘피코크 부산어묵’을 만들었다.

피코크 측은 “사용하는 식재료부터 재료, 성분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건전한 먹거리 문화의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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