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 울리는 ‘하지정맥류’ … 다리건강 적신호

입력 2016-02-29 15:45 수정 2017-01-10 18: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진행성질환, 자연치유 어려워 적합한 조치 받아야
초기엔 혈관경화주사, 심하면 레이저소작·절제술


스튜어디스 김모 씨(29·여)는 최근 자신의 종아리 때문에 일에 지장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2년째, 어느새 다리에 스멀스멀 파란 뱀이 올라온 것처럼 핏줄이 튀어나와 누가 봐도 ‘다리가 괜찮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외관이 보기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았다. 평소 다리가 붓고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라고만 여겼을 뿐 하지정맥류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직종 특성상 스커트 유니폼을 입어야하는 만큼 걱정이 태산이다.

중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하지정맥류’가 젊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하지정맥류 환자는 14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수가 급증해 2007년 2102명이었던 환자는 2012년 2739명으로 매년 5.4%씩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여성 연평균 증가율(2.7%)을 웃도는 수치다.

하지정맥류는 정맥혈관 내 판막이 고장 나 혈류가 역류하며 유발된다. 역류하는 혈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혈관이 늘어나게 되고 비정상적인 혈류의 흐름에 의해 늘어난 혈관이 울퉁불퉁해진다.

하지정맥류는 선천적으로 혈관이 약한 사람들에게 잘 생기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고,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이나 임산부에서 쉽게 관찰된다. 실제로 판매직, 스튜어디스, 교사 등의 직업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기온이 낮을수록 주의해야 한다. 찬바람에 혈관이 수축되고, 혈류가 줄어들면서 심장에서 먼 다리까지 원활히 혈액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질환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높다.

하지정맥류는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다. 정맥류는 서서히 진행되므로 신체가 적응돼 특별한 통증이나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을 느꼈을 때에는 이미 정맥류가 심해진 경우가 적잖다. 초기엔 다리가 무겁고 피로한 느낌이 든다. 이른 바 쥐가 나는 듯한 증상이 자주 나타나지만 푸른 혈관이 불거지지 전까진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방치하기 십상이다.

하지정맥류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이 늘어나고 혈관 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 증상이 악화될수록 조금만 오래 서있거나 다리를 많이 사용하면 관절통이나 신경통이 의심될 정도로 아프고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맥류 말기에는 만성적인 정맥 혈액정체로 다리 피부에 노폐물이 쌓여 피부가 검게 변색되고 습진·피부염 등이 잘 낫지 않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피부가 썩어 피부궤양이 생길 우려가 있어 문제가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연세에스병원은 20년간 하지정맥류수술을 받은 환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맥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정맥확장으로 인한 미용적인 문제’(77%)을 꼽았다. 이어 피로감(11%), 야간 다리경련(night cramp, 7%), 동통·하지부종·하지중압감(5%)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소양감, 피부염 및 궤양 등의 증상은 드물었다. 정맥울혈로 인한 피부염에 시달리는 환자는 12명으로 0.03%에 그쳤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은 “하지정맥류 환자들은 대개 미용적 개선을 목적으로 수술을 결심했다”며 “쏠리거나 당기는 등 다리통증이 유발되는 것은 피하조직 내부의 조밀한 신경섬유망을 늘어난 정맥이 직접 압박하거나, 정체된 정맥혈로부터 젖산(lactic acid)이 유리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맥류와 동반될 수 있는 피부착색, 피부궤양, 출혈, 표재성·혈전성 정맥염 등은 극히 드물었다”며 “이같은 증상은 서양인에게 흔한 합병증이나 한국인에서 적은 것은 비교적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식습관과 피부 탄력이 서양인에 비해 좋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심 원장은 이미 다리에 힘줄이 튀어나온 상태라면 어느 정도 증상이 진행된 것으로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다리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서 은사님께 배운 원칙인 ‘발견 즉시 신속히 치료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를 장기간 방치하면 돌출된 표재정맥의 범위가 넓어지고 심한 경우 다리 혈액순환장애를 초래해 피부가 썩을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흔히 하지정맥류는 발병 후 피곤한 느낌 외에 문제를 일으키기 않는다고 생각해 자연적으로 치료될 것으로 믿는 사람이 적잖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으로 자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질병이다. 진행성 질환은 한번 발병하면 적합한 치료 없이는 계속 악화된다.

조기에 치료할수록 치료법도 간단하다. 초기에는 간단히 주사를 활용하는 혈관경화요법으로 정맥류를 개선할 수 있지만, 이미 진행 정도가 심하다면 레이저 정맥류수술이나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한다.

혈관 직경이 4㎜ 이상으로 굵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혈관경화요법만으로 치료에 한계가 있어 수술이나 레이저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레이저치료의 경우 정맥류 부분에만 국소마취를 한 뒤 정맥을 오그라뜨리는 주사를 놓고 최소절개 후 보기 싫은 정맥만 골라 레이저로 제거한다. 흉터의 우려가 없고 가장 좋은 예후를 보여 만족도가 높은 치료법이다.

치료 후 정맥류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같은 자세로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스트레칭을 1~2시간 간격으로 틈틈이 해주면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평소 소금 섭취를 줄여 부기를 막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영기 원장은 “직업적으로 장시간 서있어야 한다면 조깅·수영 같은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게 좋다”며 “치료 후에는 의료용 고탄력 압박스타킹을 신어 다리를 편하게 해주면 혈관이 다시 늘어나 정맥류가 생기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