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허리통증 탓 병원 찾았는데 췌장암이라니

입력 2015-12-17 09:31 수정 2017-01-10 18:0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배보다 등쪽에 가까워 허리디스크로 오인 … 진단 늦어 5년생존율 8.7% 불과



인류 IT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티븐 잡스 애플 전 CEO를 쓰러지게 만들었던 췌장암은 여러 암 중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질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암 발생 8위, 암 사망 5위를 차지한다. 매년 5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8%만이 살아남는다. 국내의 경우 매일 12명이 걸리고 11명이 사망한다. 췌장암에 걸리면 아예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최근 수술치료의 효과가 많이 좋아져 조기에 진단해 췌장을 잘라낼 경우 사망률은 1~2% 미만으로 감소한다. 문제는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생존율이 평균 8.7%로 다른 암과 달리 지난 20여년간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췌장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임달호 공주대 보건행정학 교수팀이 집계한 암 사망률 변화추이에 따르면 여성의 췌장암 발생률은 1983년 10만명당 1.61명에서 2012년 8명으로 30년새 5배 가량 늘었다. 남성의 경우 발생 및 사망률 증가폭이 암 중 세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나 남녀 모두에게 치명적인 질환임을 알 수 있다.

췌장은 각종 소화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해 장내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종양은 췌장의 내분비세포나 외분비세포에서 나타나며, 췌장암은 대부분 후자에서 발병한다.
췌관세포에서 발생한 ‘췌관 선암종’이 90% 정도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 선암종을 의미하며 이밖에 낭종성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이 중 스티브 잡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췌장암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내분비 계통 세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60% 정도가 췌장과 위장관에서 발생한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호르몬의 종류에 따라서 설사, 복통, 홍조 등이 나타나고 발견 직전까지 증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신경내분비종양의 경우 보통 전체 췌장 종양의 1~2%를 차지하며 전체 인구 약 10만명당 1명 이하로 드물게 발생한다.

췌장암의 예후가 나쁜 것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는 데다 조기진단법이 개발되지 않아서다. 대한췌담도학회학회에 따르면 국내 췌장암 환자의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4기 상태에서 진단되고 있다. 췌장암 환자 중 절반이 살아 있는 기간을 뜻하는 중앙생존기간은 14개월에 불과하다.
다른 종양에 비해 경제인구의 조기 사망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췌장암으로 인한 사망 탓에 매년 860억원의 경제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환자 1인당 췌장암 치료 비용은 암종 중 최대 수준인 약 6400만원으로 추산된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도 많아 전체 환자의 20% 정도만이 수술이 가능하다”며 “항암치료 효과도 미미해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래 없던 황달이 생기거나 반년 동안 몸무게가 10분의 1 이상 감소하면서 배꼽이나 명치 주변이 아프면 내시경 및 초음파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췌장암을 의심해는 게 좋다. 황달은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겨 담관이 막혔을 때 나타나며, 이런 경우 몸이 가렵거나 소변 색이 진해진다. 소화불량·복부불편감·등부위 통증·입맛감소·새로 진단된 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 검사가 필요하다. 췌장이 배보다는 등쪽에 가깝게 있다보니 허리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췌장암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전체 췌장암의 30% 정도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요인으로는 흡연, 만 50세 이상의 나이, 만성췌장염 및 당뇨병 병력, 공해·화학물질 노출 등이 꼽힌다. 당뇨병의 경우 췌장암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흡연은 췌장암 발생 위험을 2~5배 증가시킨다. 또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1.2~3배 높다. 미국 의학계에서는 전체 췌장암의 26.9% 가량이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사는 일반 건강검진의 경우 복부초음파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췌장암세포는 신체 깊은 곳에 있고 위나 장에 가려진 경우가 많아 크기가 작으면 초음파만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이럴 땐 복부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암세포를 찾는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을 초기에 진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조기췌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확실한 검사법은 없다”며 “CT가 복부초음파 검사보다는 췌장암 진단에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CT로도 잘 보이지 않을 경우 초음파내시경을 실시하면 작은 종양까지 찾아낼 수 있다.

이 질환은 아직 효과적인 항암제가 없어 수술치료가 최선이다. 만약 수술이 가능한 1~2기에 췌장암을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을 20%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기가 진행된 상태로 입원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김호각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췌담도학회 이사장)는 “상당수 국민이 췌장암을 걸리면 사망하는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평소 생활습관만 개선해도 사망에 이르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며 “과도한 육류, 고지방식,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현미나 잡곡, 채소,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고 말했다.
금연 및 과도한 음주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췌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금연하도록 한다. 흡연은 췌장암 발병 요인의 15~20%를 차지한다. 꾸준한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정제된 곡류보다 현미나 잡곡 같은 통곡류를 자주 섭취한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