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찍은 야외 결혼식 LTE로 실시간 생중계

동아일보

입력 2014-05-26 03:00 수정 2014-05-2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4일 강원 춘천시 백양리 한 리조트에서 열린 곽대범 손아람 씨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예식을 생중계 중인 ‘롱텀에볼루션(LTE)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신랑, 신부는 오늘 결혼식에 오지 못한 분들에게 손 흔들어 주세요.”

24일 강원 춘천시 백양리의 한 리조트. 이 지역에서 교사로 일하는 곽대범(31) 손아람(28·여) 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웃음 가득한 신랑, 신부와 이들을 축하하는 하객들의 모습은 여느 결혼식과 다르지 않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윙’ 하는 소리를 내며 하늘에 뜬 무인기(드론)였다.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과 연결된 두 대의 드론은 이날 결혼식에 오지 못한 부부의 지인들에게 결혼식을 생중계했다.

세계 최초로 진행된 이번 ‘LTE 생중계 결혼식’은 신랑 곽 씨의 아이디어. 수도권에 비해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불편한 곳에서 예식을 올리는 탓에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지인들이 마음에 걸렸던 그는 올해 3월 뉴스에서 접한 LG유플러스의 LTE 드론을 떠올렸다. “못 오는 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LTE 드론을 쓸 수 있냐”는 곽 씨의 문의에 LG유플러스는 흔쾌히 드론 두 대와 생중계 서비스를 무상 지원했다.

이날 사용된 LTE 드론은 8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1m 크기의 제품. 한 대는 동영상을 촬영해 실시간 중계를 맡고, 다른 한 대는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해 상공에서 내다보는 전경과 다양한 각도의 사진 촬영을 지원했다. 결혼식을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청첩장에 적힌 동영상 중계 URL에 접속해 선명한 고화질(HD) 영상으로 결혼식을 실시간 시청했다.

박치헌 LG유플러스 신사업담당 상무는 “기존 드론이 무선랜(와이파이)을 지원하는 반경 1km 내에서만 화면을 받아볼 수 있다는 한계를 LTE로 극복한 것”이라며 “안보, 산업 분야에 이어 일반 생활에서도 드론이 단순한 ‘놀이용’이 아닌 유용한 솔루션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드론의 사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발표한 ‘아마존 프라임 에어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내 5파운드(약 2.5kg) 무게의 짐을 싣고 최장 16km 떨어진 지역에 물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드론 벤처기업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와 ‘어센타’를 거금에 인수해 무선 인터넷 공급을 위해 운용할 계획이다.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송유관 점검 용도로 드론을 쓴다. 한국에서도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산 해운대구 등이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상황파악과 산불감시 활동에 드론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저가형 드론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결혼식에 사용된 드론은 대당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지만, 미국 ‘3D로보틱스’나 프랑스 ‘패럿’이 내놓은 드론 제품은 자동 이착륙과 영상 촬영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도 200∼750달러(약 20만6000∼77만2500원)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박 상무는 “안보와 관련된 법규가 정비되면 드론이 사물인터넷(IoT) 산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춘천=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