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그룹 분식회계 창구”

동아일보

입력 2013-10-09 03:00 수정 2013-1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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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급전-CP매입 편법지원… 작년 총 1조8000억원 내부거래
동양증권 노조, 현재현 회장 검찰고소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한 그룹 내 자금 거래액이 지난해에만 1조8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 회사가 계열사 간 편법 지원과 그룹 분식회계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증권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10개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은 2012년 동양파이낸셜대부에 1조8315억 원 규모의 자금을 넣었고 1조8645억 원을 빼냈다.

거래의 상당 부분은 계열사에 급전을 대출해 주거나 만기가 다가오는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계열사 간 거래에 적용된 어음매입 할인금리는 연 9∼10%.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만기도래 어음을 시장에 직접 팔았다면 액면가의 70∼80%밖에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계열 대부업체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싼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금융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시중 증권사 등으로부터 연 5∼8%대 금리로 자금을 구해 계열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사였다면 이런 방식의 자금거래는 있을 수 없다”며 “사실상의 그룹 분식회계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은행, 증권사 등과 달리 계열사 자금 지원 등에 이렇다 할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회사가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대주주의 뜻에 따라 계열사에 지원해줬다는 배임 의혹을 받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한 그룹 내 거래와 관련해 동양그룹 측은 수십∼수백억 원대 규모의 거래가 쌓이다 보니 실제 액수보다 장부상 거래 규모가 훨씬 커졌다고 설명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4월 감사보고서에서 ㈜동양, 동양시멘트와의 1800억 원 규모 내부거래를 누락해 신고했다가 뒤늦게 지난달 30일 정정하기도 했다.

한편 동양증권 노동조합은 이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노조는 고소장에서 “현 회장은 동양시멘트를 담보로 ㈜동양의 회사채를 발행해 판매하라고 독려한 뒤 이 회사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이는 회사채가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을 것을 알고도 동양증권 직원과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법정관리 신청을 하려면 서류 작업을 하는 데만 2주일 이상 걸린다”며 “현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으면서도 회사채 판매를 독려해 직원들과 고객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1부(부장 여환섭)에 배당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와 동시에 현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손효림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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