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제관료-학자 등 참여 ‘건전재정포럼’ 본격 출범

동아일보

입력 2012-09-27 03:00 수정 2012-09-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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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한번 무너지면 복원 어려워… 무책임한 포퓰리즘 맞서 대안 내놓을것”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경식 이사장(전 경제부총리·왼쪽)이 26일 ‘건전재정포럼’ 창립식에서 개회사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걸어 나가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총괄대표(전 재정경제부 장관), 진념 전 부총리(앞줄 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이 포럼에는 전직 경제관료 외에도 김동건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학자와 동아일보 배인준 주필 등 전현직 언론인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재원(財源)이 턱없이 모자랐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예산국에 근무할 때는 ‘적자 예산의 유혹’을 외면하고, 대통령이 지시한 예산도 눈 딱 감고 삭감했다. 전두환 대통령 때도 물가를 한 자릿수로 안정시키기 위해 예산 동결 등 ‘극약 처방’을 마다하지 않았다.”(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전직 경제부처 장관들과 경제학자들이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맞서 결성한 ‘건전재정포럼’이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열고 본격 출범했다. 이날 행사에는 포럼 총괄대표를 맡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공동대표인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전윤철 진념 이헌재 전 부총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현직 고위 관료와 경제학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 설립의 실무를 맡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의 이사장 강 전 부총리는 개회사에서 “재정건전성은 한번 무너지면 복원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복지의 늪’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금은 누군가가 중심을 잡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인기 영합적 정책이 아닌 생산적 복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포럼 창립 이유를 설명했다.

총괄대표인 강 전 장관은 창립선언을 통해 정치권과 대기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치권을 향해 그는 “계층 간 갈등 조장과 선심성 공약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경쟁시스템을 불공정하게 만들고, ‘고용 없는 성장’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강 전 장관은 “재정건전성은 복지 포퓰리즘을 막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려면 경쟁시스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진념 전 부총리도 “과거 선배들은 군인들의 권총 위협과 검경의 뒷조사를 당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지켜냈다”며 “대통령과 여당의 요구도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뚝심을 가져야 한다”고 후배 관료들에게 주문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국회가 증액할 때는 반드시 정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박재완 장관은 “건전재정포럼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나침반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3대 신용평가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상향 조정한 것은 재정건전성 유지 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재정건전성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지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성인들이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대응해 합리적인 대안들을 전파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열린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재정건전성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의 재정건전성’을 주제로 발표한 백웅기 상명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 추세 하나만 반영해도 2050년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6∼136%로 악화될 것”이라며 “선진국들은 미리 충분한 재정여력을 확보했던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무역학)도 “재정건전성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남유럽과 달리 공공부문 내에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며 “우리도 중장기적 재정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재정지출과 정부채무를 감소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전재정포럼은 관련 연구활동과 공개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또 청년층을 위한 팟캐스트 방송이나 대학 순회 토론회도 열어 건전재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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