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마음의 시대’ 오고 있다… 논어에 경영을 물어라

동아일보

입력 2012-07-12 03:00 수정 2012-07-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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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를 위한 강연: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유학의 권위자인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는 현행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공자의 ‘인(仁)’ 사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아트센터나비 제공
최근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와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경영학자와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원가 절감과 대량생산 시스템만으로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 사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500여 년 전 가르침인 ‘논어’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DBR 108호는 SK아트센터나비와 CWPC 서평이 공동 주최한 최고경영자 교육과정 ‘문화와 경영’ 프로그램을 지상 중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논어와 경영’을 주제로 한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우선 눈에 보이는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보라고 주문한다.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물이 된다’라고 답하지 말고 ‘봄이 온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큰 흐름을 조망해 보면 우리 사회가 경쟁을 강조하는 ‘몸의 시대’에서 협력을 강조하는 ‘마음의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한 대형병원에서 효과적으로 병자를 간호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했다. 가족이 와서 간호하는 경우, 전문 간병인이 간호하는 경우 등 다양하게 조사를 했는데, 뜻밖에도 개 한 마리와 있는 것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쟁의 시대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시대에는 사람이 싫어지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며 경쟁 때문에 친구가 없어진다. 입학 동기는 친구이지만 시험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입사 동기도 친구인데 승진 경쟁의 가장 치열한 라이벌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의 기업 경영자는 나만 돈을 잘 벌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오늘날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된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책이 잘못됐다면 왜 그런 정책을 세웠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경제위기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는 ‘몸의 시대’가 가고 ‘마음의 시대’가 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음의 시대에 대비하는 기업과 경영자는 다음 시대에 뻗어나갈 수 있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가는 사람은 망한다. 특히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기업이다. 지금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공신은 기업이다. 희망은 기업에 있다.

다행히 다가오는 마음의 시대에 마음을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의 기본정서는 ‘네가 나이고 내가 너’라는 것이다. 서양인이나 일본인은 나누기를 잘해서 밥을 먹어도 언제나 정확히 나눠서 값을 치르지만 한국인들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내가 다 내든지, 도저히 못 내겠으면 신발을 천천히 신는다.

개인주의적 경영학을 따르는 서구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해서 사람들을 내보낸다. 나가는 사람은 그냥 나가지 않고 저주하면서 나간다. 안에 있는 사람은 한솥밥 먹던 사람 내보냈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또 다음에 구조조정을 하면 내가 나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래서 ‘있을 때 챙기자’는 나쁜 마음도 먹게 된다. 한국인처럼 나누기를 못하는 민족은 다같이 살든가 다같이 죽자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의 배로 100척이 넘는 배를 물리친 것이 바로 그 마음 덕분이다.

DBR 그래픽
물론 한국인의 정서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귀가 크다’는 것이다. 너의 의견이 나의 의견이기 때문에 나의 의견이 귀한 만큼 너의 의견도 귀하다고 생각한다. 보험회사에서 성공한 분들은 하나같이 30분이고 50분이고 고객의 말을 굉장히 잘 들어준 사람들이다. 특히 리더가 중요하다. 회사의 어떤 부서에서 부장이 귀가 크면 그 부서는 기적을 일으킨다. 교장 선생님이 귀가 크면 학교에 활기가 넘쳐 신설 야구부가 우승을 한다. 반면 리더의 귀가 작으면 조직원 모두의 귀가 작아지고 조직의 활기가 죽어버린다는 것이 한국인의 단점이다. 의견이 달라도 표현할 수 없게 된다.

경쟁시대에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과 ‘큰 귀’를 찾는 법 중 하나가 바로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다. 공자가 정의한 한국인의 따듯한 마음이 바로 인(仁)이다. 인은 ‘사람이 둘이 있다(人+二)’는 뜻으로 어디든 혼자 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이기도 하다.

논어에 따르면 군자는 이유와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소인은 이유를 남에게서 찾는다.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되는 일이 없다. 자기의 문제로, 내 탓으로 돌리고 자기 변신을 하는 사람이 큰 성공을 하는 것이지, 남의 탓을 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문제를 자기의 힘으로 해결하는 군자의 모습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논어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8호(2012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창으로 총을 이긴 ‘검은 나폴레옹’

▼ 전쟁과 경영


‘검은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사카 줄루는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진정한 군대와 전술을 도입한 인물이다. 1879년 1월 남아프리카 이산들와나 평원에서 영국군과 아프리카 줄루족 간 벌어진 전투에서 예상과 달리 영국군은 대패했다. 영국군은 줄루족이 대병력을 전술적으로 통제하고 운용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줄루족은 놀랍게도 이런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간혹 개도국에 진출한 기업 중에서 해당 국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사례가 있다. 영국군과 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모든 경영계획에서 변화의 잠재적 가능성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예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한 기업들의 ‘독특한 믿음’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필자들은 ‘보편적이지 않은 상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의 독특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믿음은 경영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필진은 경쟁 회사의 믿음보다 기존 고객 및 잠재 고객의 마음을 좀 더 깊숙하게 파고드는 독특한 믿음에 바탕을 둔 전략을 사용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관리자들은 자사가 갖고 있는 믿음을 되돌아보고 지나치게 신성시되는 믿음에 도전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독특한 믿음 체계를 구축하는 4단계 전략적 단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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