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화문 한복판에 멀쩡한 18층 오피스텔, 10년째 방치된 까닭

동아일보

입력 2012-04-27 03:00 수정 2012-04-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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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근 ‘한진베르시움’
시행사 파산… 200여명 피해


서울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 일대에 멀쩡하게 지어진 대형 오피스텔이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공사 도중 시행사가 파산해 1000억 원대의 피해를 본 분양자 200여 명은 “대기업인 시공사 이름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었다”며 “서울시가 숙박시설로 전환시켜 건물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로구 신문로2가 덕수초등학교 인근의 주상복합 오피스텔 ‘광화문 한진베르시움’(사진)이 논란의 건물이다.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로 건물 외관 공사는 모두 끝났고 내부도 대부분 마무리 돼 남은 공정은 20%에 불과하다.

이 오피스텔은 2002년 10월부터 분양하기 시작해 2003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때만 해도 오피스텔과 함께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다고 광고됐고 평당 790만∼900만 원에 분양됐다. 하지만 시행사가 파산하며 공사가 돌연 중단된 뒤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당시 시행사 대표 최모 씨는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와 건축설계변경허가 없이 분양광고를 냈다. 이에 종로구는 분양중지명령을 내렸지만 최 씨는 이를 숨기고 분양을 계속해 사기 혐의 등으로 2009년 7월 징역 5년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당시 분양을 받았던 이들에게 넘어갔다. 한진베르시움 분양자 대책협의회는 최근 외국인 방문객 증가로 숙박시설이 부족한 점을 들며 이곳을 대체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지 서울시에 질의했다.

이들은 26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서 200여 명이 모여 피해자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는 일단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후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나서서 이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방치된 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묘수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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