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이웅열 코오롱 회장 “특권 내려놓고, 새로운 창업 길 간다”

뉴스1

입력 2018-11-28 10:04 수정 2018-11-28 10: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금수저로 태어났다…이젠 특권 내려놓는다”
2019 임원인사, 아들 이규호 전무 승진


© News1

이웅열(63) 코오롱그룹 회장이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회사와 관계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웅열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 말미에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된 세션 후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올려 퇴임을 공식화했다. 별도의 퇴임식은 없다고 코오롱 측은 밝혔다. 이로써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은 2019년 1월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한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회장은 서신에서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혀 창업의지를 확실히 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며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말했다.

이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 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떠나면서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 달려왔지만 “그 한계를 느낀다”고 고백하면서 “내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그룹 변화와 혁신의 모멘텀을 지피기 위해 스스로의 변화를 택했음을 강조했다.

◇아들 이규호 전무 승진…협의체 원앤온리위원회 역할 강화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퇴임에 따라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둬 그룹의 아이덴티티,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간 협력 및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 년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CEO라인을 구축해왔다”며 “젊은 CEO들이 그룹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오롱그룹은 2019년도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54)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한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했다.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35)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COO는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등 여성인력에 대한 파격적 발탁이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래;코드’, ‘시리즈’ 등 캐주얼 브랜드 본부장을 맡아온 한경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코오롱 경영관리실 이수진 부장은 상무보로 발탁돼 그룹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재무분야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세계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등 바이오신약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수정 상무보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장품사업TF장 강소영 상무보는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이로써 코오롱그룹은 2013년 그룹 최초로 여성 CEO를 배출하는 등 10년째 여성임원의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0여년 동안 대졸공채 진행시 여성 인력을 30%이상 지속적으로 뽑아오고 있으며 여성 멘토링 제도 운영 등 여성리더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