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상속세 부담에…경영권 포기 사례 속출

뉴시스

입력 2018-10-16 17:03 수정 2018-10-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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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에 비해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아 기업승계 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저하시키고 경영상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활동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상속세액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최장 5년 동안 6번에 걸쳐 연부연납이 가능하지만, 창업주나 총수의 갑작스런 유고에 따른 세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던 기업들도 상당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점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777)’은 지난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면서 유족들은 약 150억원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는 지난 2015년 말 창업주 故김덕성 회장 별세로 아들 김성훈 대표가 최대주주가 됐다. 그는 세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며 회사 경영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약 50억원의 상속세를 부담하기 어려워 결국 2017년 11월 사모펀드에 경영권 매각했다.

국내 1위 종자기술을 보유했던 농우바이오 역시 창업주 故 고희선 회장이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나면서 유족들은 1200억원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권이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중견건설회사 요진건설산업은 지난 2014년 故 정지국 회장이 별세한 후 총 900억원 상속세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일가는 2015년 6월 사모펀드에 경영권 매각(총 지분의 45%)했다. 이후 故 정회장과 공동 창업자였던 최준명 現 회장이 2017년말 지분을 재매입했지만,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에게 2배 이상 차익이 발생했다.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생전에 상속세 부담 등을 고려해 지난해 말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에 지분 매각했다.

이밖에 광통신 소자제조 업체 우리로광통신, 온라인 화장품 판매사 에이블씨앤씨, 가구업체 까사미아, 신발갑피 원단 제조업체 유영산업 등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매각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계에선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기업 성장을 위축시키고 기업가의 의욕을 꺾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들이 비정상적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이란 국민정서가 작용한 결과로 상속·증여세율(50%)은 OECD국가 평균(26%)의 2배에 달한다”면서 “최대주주 할증 세율 65%를 감안하면 일본의 55%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덜란드, 중국 등 상속세가 없는 나라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징벌적 과세’ 차원의 과도한 상속세로 대주주의 지분 감소에 따른 경영권 우려 등 경영 장애요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3대쯤 내려가면 땀흘려 일으킨 기업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세계적인 상속세 축소 움직임에 맞지 않을뿐더러 기업가 정신 고취, 기업의 존속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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