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쓴 학사모… 대졸 절반 1445만원 대출 끼고 사회로

동아일보

입력 2014-02-12 03:00 수정 2014-0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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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고달프다]
대학 졸업자 1070명 조사


이달 졸업을 앞둔 대학생 최모 씨(28)는 현재 학자금 대출만 1300만 원을 끼고 있다. 매달 9만 원씩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지만 언제 다 상환할 수 있을지 까마득하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지만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밤잠을 설친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되는대로 취업부터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최 씨처럼 큰 빚을 떠안은 채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 졸업자 10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학 재학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8명(74.5%)꼴이었다.

대출 규모는 평균 1445만 원이었고 2400만 원 이상의 빚을 진 사람도 여섯 명 중 한 명 정도(17.8%) 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3.1%)이 대출을 받은 학기가 받지 않은 학기보다 많았다고 했다.

응답자 중 대출 원금을 모두 상환했다고 답한 사람은 25.2%였다. 이들이 대출금을 모두 갚기까지는 대출을 받은 시점부터 평균 4년이 소요됐다. 대출금이 남은 응답자들은 이를 갚기 위해 매월 평균 22만 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53.9%는 갚을 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연체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상당한 빚을 진 채 대학 시절을 보내다 보니 첫 직장을 정하는 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빚을 갚는 게 급선무가 되다 보니 직장 선택의 기준도 진로나 적성이 아니라 급여 수준, 합격 가능성 등이 우선이 됐다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 1000만 원을 빌린 졸업생 김모 씨(25)는 교사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미 빚이 있는 데다 대학원 학비가 걱정돼 졸업 후 1년 내내 행정인턴부터 헬스장 아르바이트, 은행 청원경찰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는 “미래를 보며 산다기보다는 당장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아 암담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5.5%(복수 응답)는 “빨리 취업하기 위해 (적성보다는 합격 여부를 우선시하는) ‘묻지 마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부작용도 많았다. 응답자들은 대출 부담으로 인해 ‘자신감 및 취업 의욕 상실’(29.9%) ‘우울증 등 심리기능 저하’(27.7%) 증세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구직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다’(17.2%) ‘취업이 잘되는 분야로 진로를 변경했다’(16.9%)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대학생들의 ‘빚쟁이 학창 시절’은 입학과 함께 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날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예비 졸업생 2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가량(55.9%)이 1학년 때부터 본인 명의로 빚을 지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대출을 내기 위해 대부업체 등 사금융 기관을 이용했다는 답변도 8.8%로 10명 중 1명꼴이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취업이 안 된 상태에서 빚을 지다 보니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구직 등의 사회활동에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청년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경은 인턴기자 서울대 지리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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