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구스 vs 코리아구스

동아일보

입력 2013-12-03 03:00 수정 2013-12-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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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등골 브레이커로 인기 끌자… 20만원 미만 국산 모방품 봇물
캐나다구스 “법적소송 검토중”


해외 고가 패딩재킷인 ‘캐나다구스’가 인기를 끌자 국내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디자인과 로고 등을 유사하게 만든 카피 제품, 이른바 ‘코리아구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2일 서울의 한 백화점 영캐주얼관에 걸린 카피 제품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요즘 유행하는 ‘캐나다구스’와 비슷한 스타일이에요. 고객들 반응이 가장 좋은 제품입니다.”

2일 서울의 한 백화점 영캐주얼관 직원은 매장 앞쪽의 패딩점퍼를 당당하게 소개했다. 기자가 관심을 갖는 듯하자 “원제품과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비슷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다른 매장들도 주머니 4개에 털 달린 모자, 동그란 로고까지 캐나다구스와 거의 흡사한 제품을 걸어놓고 판매 중이었다.

이런 제품들은 캐나다구스의 한국 버전 카피 제품으로 일명 ‘코리아구스’로 불린다. 최근 코리아구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패션업계에서 이를 둘러싼 ‘코리아구스 짝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리아구스는 외관상 캐나다구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품 가격은 100만 원을 호가하는 원제품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0만 원 미만이 대부분이다. 놀라운 것은 제품 디자인은 물론이고 로고까지 비슷하다는 점. 캐나다구스 로고에는 북극해를 형상화한 도안이 들어가 있는데 국내 브랜드인 ‘엠폴햄’은 그 자리에 독도의 위도와 경도가 표시된 지도를, ‘클라이드’는 영국 지도를 넣었다.

북극해를 형상화한 지도를 넣은 캐나다구스의 로고(왼쪽)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독도 지도를 사용한 엠폴햄 로고.
코리아구스는 캐나다구스가 국내에 정식 수입된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캐나다구스 본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몇몇 브랜드에 경고장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고가 패딩점퍼 인기가 중고교생들에게까지 번질 정도로 본격화하자 수십 개 브랜드가 카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캐나다구스를 수입하는 코넥스솔루션의 홍보담당자는 “본사에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라며 “특히 로고를 그대로 차용한 카피 제품에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해당 국내 업체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비싼 해외 유명 브랜드 패딩 대신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도 좋은 국내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해외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도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SPA 때문에 다 죽은 국내 업체들이 트렌드에 맞춰 매출을 올리는 게 왜 나쁘냐”고 반문했다.

보기 드문 코리아구스 현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책임연구원은 “유행을 따라는 가고 싶지만 가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체재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큰 틀의 유행을 따라가는 차원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모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유행을 반영하는 것과 특정 브랜드의 정체성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선희 teller@donga.com·황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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