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겉모습보다 마음의 소리에 경청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3-02-25 03:00 수정 2013-02-25 03:00
폰티악 파이어버드/아메리칸 뷰티
‘어째서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꿈을 좇지만 현실은 몽상가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회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기를 종용합니다. 긴 일상의 반복이 지나면 지친 몸에 찾아드는 박탈감은 후회를 동반하고, 때로는 일그러진 분노가 찾아옵니다.
샘 멘더스 감독의 1999년작 ‘아메리칸 뷰티’는 거짓된 아름다움의 이면을 폭로하는 불편한 작품입니다. 그럴싸한 직업과 고급차, 남부럽지 않은 큰 집과 화목한 가정이 없다면 낙오자가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42세의 잡지사 직원 레스터(케빈 스파이시 분)는 짙은 패배감에 사로잡힌 가장. 아내와 딸은 그를 화상((화,획)像) 취급하기 일쑤입니다. 샤워 중 자위행위가 유일한 낙. “의욕이란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지만, 14년간 일해 온 직장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그를 내쫓습니다.
레스터는 외동딸 제인의 친구 안젤라(메나 수바리 분)를 만난 뒤 욕정을 느껴 변모합니다. 횡령을 저지른 편집장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햄버거 가게에 취직합니다.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감정을 터뜨리는 한편, 도요타 ‘캠리’를 팔아치운 뒤 젊은 날 동경했던 폰티악의 스포츠카 ‘1970년형 파이어버드’를 사들입니다.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보상심리입니다.
‘자동차 왕국’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영화 속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이 차들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놀라울 만큼 절묘하게 암시합니다. 허영 가득한 부동산 중개업자인 아내 캐롤린(아네트 베닝 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상류층을 겨냥해 만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L클래스’, 자유분방한 안젤라는 미국에서 히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BMW ‘3시리즈 컨버터블’. 이웃의 해병대 예비역 대령은 정통 미국 브랜드인 포드의 SUV ‘익스플로러’….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였던 폰티악 브랜드는 2010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갈까요. 그래도 아직 찾지 못한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 가끔 다가올 희열을 위해 힘겹고 소박한 일상을 헤쳐 갑니다. 잊지 말아야겠죠. 겉모습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빛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샘 멘더스 감독의 1999년작 ‘아메리칸 뷰티’는 거짓된 아름다움의 이면을 폭로하는 불편한 작품입니다. 그럴싸한 직업과 고급차, 남부럽지 않은 큰 집과 화목한 가정이 없다면 낙오자가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42세의 잡지사 직원 레스터(케빈 스파이시 분)는 짙은 패배감에 사로잡힌 가장. 아내와 딸은 그를 화상((화,획)像) 취급하기 일쑤입니다. 샤워 중 자위행위가 유일한 낙. “의욕이란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지만, 14년간 일해 온 직장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그를 내쫓습니다.
레스터는 외동딸 제인의 친구 안젤라(메나 수바리 분)를 만난 뒤 욕정을 느껴 변모합니다. 횡령을 저지른 편집장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햄버거 가게에 취직합니다.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감정을 터뜨리는 한편, 도요타 ‘캠리’를 팔아치운 뒤 젊은 날 동경했던 폰티악의 스포츠카 ‘1970년형 파이어버드’를 사들입니다.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보상심리입니다.
‘자동차 왕국’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영화 속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이 차들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놀라울 만큼 절묘하게 암시합니다. 허영 가득한 부동산 중개업자인 아내 캐롤린(아네트 베닝 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상류층을 겨냥해 만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L클래스’, 자유분방한 안젤라는 미국에서 히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BMW ‘3시리즈 컨버터블’. 이웃의 해병대 예비역 대령은 정통 미국 브랜드인 포드의 SUV ‘익스플로러’….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였던 폰티악 브랜드는 2010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갈까요. 그래도 아직 찾지 못한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 가끔 다가올 희열을 위해 힘겹고 소박한 일상을 헤쳐 갑니다. 잊지 말아야겠죠. 겉모습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빛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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