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잇단 ‘잡음’… 금감원 “중앙회 부당한 영향력 살펴볼 것”

강우석 기자

입력 2024-04-25 03:00 수정 2024-04-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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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에 계열사CEO 인선 논란
‘중앙회 낙하산 직원’이 지점 통제
금감원, 지배구조에 ‘메스’ 댈 듯
금융권 “관치금융 우려” 목소리도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은행 금융사고, 증권 최고경영자(CEO) 인선 등으로 농협금융의 취약한 내부 통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중앙회를 정점에 둔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메스를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잦은 금융사고와 증권 대표 선임 등 잡음

금감원은 ‘농협금융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 배경’이란 참고자료를 통해 내달 중순부터 두 곳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통상 금감원의 정기검사는 2∼5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두 기관은 2022년 3월 정기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이 정한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 명시된 내용을 살펴볼 방침이다.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특수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살펴보게 된 건 불미스러운 사태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 2월 농협은행에서 109억4733만 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검사 결과 영업점 직원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의 ‘낙하산 직원’이 관할 지점 내부 통제를 총괄해온 탓에 은행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금융 사업을 맡아온 중앙회 임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 부문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 통제가 취약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농협금융의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도 금감원이 나선 배경이다. 지난달 윤병운 현 NH투자증권 대표가 농협금융의 추천을 받아 내정됐는데,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농협중앙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아닌 농협중앙회가 손자기업(NH투자증권)의 CEO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 일각에선 ‘관치금융’ 논란도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걸 차단할 수 있길 내심 바라고 있다. 앞서 농협중앙회가 2012년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비금융)을 분리하며 독립된 경영을 스스로 도모했지만 계열사에 대한 중앙회의 입김은 여전히 강하다. 농협 브랜드 수수료를 명목 삼아 계열사 자금을 가져가거나 물밑에서 계열사 인사에 개입해온 점이 대표적인 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서 계열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1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지만 위험도 명확히 구분되고 있느냐에 대해선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 지배구조법 규율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챙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이 원장이 신한, KB, 우리 등 대형 금융지주들의 회장 인선 과정에서 잇달아 목소리를 낸 결과 세 곳의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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