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선글라스 벗어야 밤잠 잘 잔다”[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김상훈 기자

입력 2024-04-26 12:00 수정 2024-04-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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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수면 습관 들여야 숙면 가능해져”
“모자란 잠 보충하려 주말 몰아잘 때
기상 시간 늦춰도 취침 시간은 지켜야”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습관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지킬 때 밤 에 숙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특히 아침에 빛에 몸을 많이 노출시킴으로써 수면 주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출근길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숙면을 이루지 못하면 각종 만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수명도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숙면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수면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상태가 장기적으로 방치되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 전문가인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건강한 수면 습관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내 생체시계를 이해하라”
주 교수는 매일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든다. 수면 시간은 약 7시간 반 정도.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주 교수는 자신이 ‘아침형 인간’이라고 했다. 실제로 밤에는 너무 지쳐서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지경이란다. 이 때문에 저녁이 되기 전에 모든 업무를 해결한다.

밤에 숙면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게 바로 이 ‘생체시계’다. 취침 시간을 기준으로 크게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으로 나눈다. 취침 시간이 오후 11시 반부터 밤 12시 반까지라면 중간형. 그 이전에 잔다면 아침형, 자정을 훨씬 넘기면 저녁형이다. 주 교수는 “독일의 생체학자가 처음 제안한 개념인데, 수면 의학 분야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간형이 가장 많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기기의 사용 등으로 인해 저녁형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주 교수는 최근 저녁형의 비중이 40% 정도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저녁형이라면 오후 9시나 10시에 취침하는 게 불가능하다. 자정 이후에 취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저녁형의 경우 취침 시간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처음에 자정 언저리에 자다가 나중에는 새벽 1시, 2시까지 미루고, 그에 따라 기상 시간도 늦어진다. 이 경우 생체리듬이 불안정해지면서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가 생기기 쉽다. 따라서 저녁형이라면 무엇보다 기상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침형이라면 자정까지 버티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가급적 모든 업무를 주간에 끝내는 게 좋다. 잠을 줄이면서 다른 일을 하다가는 주간 졸음증이나 야간 불면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피로감도 심해지고, 업무나 학습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온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침대 가라”
주 교수에 따르면 건강한 수면은 △충분한 수면 시간 △좋은 수면 품질 △잠잘 때와 깨어 있을 때의 주기가 고를 때 얻을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얻으려면 규칙적인 침상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침상에 머무는 시간과 들어가는 시간을 정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가령 매일 오후 11시에 침상에 들어가서 다음날 7시에 일어나기로 했다면, 이 원칙을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뒤척이다가 잠이 드는 바람에 6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고 해서 침상에 더 머물면 안 된다. 피곤하더라도 기상 시간인 7시에는 침상을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몸이 더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찍 잠을 청하는 것도 좋지 않다. 주 교수는 “조금 참더라도 평상시 자던 시간에 자야 수면의 규칙성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아침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제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좀처럼 잠들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누워 있으면 오히려 뇌가 더 각성할 수 있다. 이때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일단 침상을 벗어나 거실로 나간다. 잠시 쉬고 잠이 올 것 같으면 침상으로 돌아 간다. 이런 행동은 뇌가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라고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 이 경우에도 기상 시간은 평소와 같아야 한다.

주 교수는 이런 수면 훈련을 최소한 한 달은 지속할 것을 강조했다. 꾸준히 훈련했다면 그 이후에는 침상에 들어가는 시간이 되면 졸리기 시작한단다. 물론 자신의 생체시계에 맞춰 침상에 머무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 주 교수는 대체로 7~8시간 이내에서 설정할 것을 권했다.

주중에 잠이 부족한 사람이 주말에 보충하기 위해 잠을 더 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평소대로 취침 시간을 지키고, 수면 시간의 ‘중간값’ 차이를 2시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시차’를 줄여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자는 직장인이라면 수면 시간의 중간값은 오전 3시다. 이 직장인이 주말에 오전 2시에 자고 오전 10시에 일어난다면 수면 시간의 중간값은 오전 6시. 두 수면의 사회적 시차는 3시간이다. 평소보다 2시간을 더 잤을 뿐인데, 월요병이 생길 확률이 높다. 반면 이 직장인이 주말에 똑같이 자정에 자고 오전 10시에 일어났다면 수면 시간의 중간값은 오전 5시가 된다. 평소보다 4시간을 더 잤는데도 사회적 시차는 2시간으로 줄어든다. 주 교수는 “사회적 시차를 2시간 이내로 줄이면 모자란 잠도 보충하고 월요병, 우울증, 심장병 등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은연 교수가 빛 치료용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기기를 이마 근처에 두고 광원은 보지 않으며, 책이나 신문을 약 30분 동안 볼 것을 권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빛 조절, 숙면에 꼭 필요
빛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도 숙면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 무엇보다 빛을 받을 때는 확실히 빛을 받아야 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빛에 얼굴을 노출해야 한다. 최소한 30분 이상은 태양 빛을 받는 게 좋다. 하지만 날씨가 흐리면 강렬한 빛을 받을 수 없다. 이때는 태양 빛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빛 치료(라이트테라피)용 기기를 사용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한낮 태양광선이 쨍하게 비칠 때가 3만룩스 이상이다. 빛 치료용 기기는 맑은 낮에 해당하는 1만룩스 정도다. 흐린 날은 100룩스 정도다. 사무실은 보통 300룩스 정도, 화장실은 50~80룩스 정도다.

이 기기를 쓸 때는 머리에서 30㎝ 정도 거리를 둔다. 광원을 보면 안 되지만 눈을 감아서도 안 된다. 간접적으로 빛이 눈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다. 30분 정도 책이나 신문을 읽으면서 빛을 쬐도록 한다. 주 교수는 수면을 차단하는 블루라이트가 들어간 기기를 추천했다. 블루라이트는 수면을 방해하는 빛이다. 하지만 아침에는 확실히 잠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수면주기를 바꾸는데 도움을 준다.

자외선을 차단할 목적으로 출근길이나 아침 운동 때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밤 숙면을 방해하는 잘못된 습관”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아침에는 어떤 식이든 빛을 많이 받는 게 저녁 숙면에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해가 진 후부터는 빛을 제한해야 한다. 주 교수는 일몰 후 거실의 주방을 150룩스 미만으로 설정할 것을 권했다.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빛에 대한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물론 블루라이트도 이때는 차단해야 한다. 이때부터는 50룩스 이하의 어두운 조명만 허용할 것을 권했다. 주 교수는 “종이에 쓰인 글씨가 잘 안 보일 정도로 조명을 제한해야 밤에 잠을 잘 잔다”고 말했다. 휴대폰도 숙면에 방해가 된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빛이 눈을 통해 뇌로 전달돼 멜라토닌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야식이 밤잠 방해한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제거하는 게 좋다. 일단 저녁 식사 이후에는 야식은 물론 가급적 물도 마시지 않아야 한다. 주 교수는 “야식을 하면 잠을 자야 할 시간인데도 뇌는 소화액을 분비하는 등 주간과 다름없이 활동한다. 이 때문에 숙면을 이룰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수면 시간은 점점 뒤로 미뤄지게 된다. 그 경우 야행성으로 바뀌면서 밤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배고픔이 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주 교수는 “잠을 자야 할 밤에 신체 활동이 활발하거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것은 ‘가짜 허기’다”라고 진단했다. 식사 습관이 흐트러지다 보니 뇌가 배고프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이때 야식을 먹다 보면 심장, 간 등 장기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수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차들이 있다. 카모마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차들도 취침 3~4시간 전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주 교수는 “자기 전에 마시는 차는 수면 중 야뇨를 유발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차가 수면을 돕는다는 의학적 근거나 임상시험은 별로 없는 상황.

특히 깊은 잠이 이뤄지는 시간대가 있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다. 생체시계 유형에 따라 시간대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40대 이후에는 대부분 이 시간대에 숙면이 이뤄진다. 이 시간대를 놓치면 아침에 개운하지 못하고 피로감을 더 느낄 수도 있다.

운동은 잘하면 잠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지만 잘못하면 숙면을 방해한다. 조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두면 수면 주기를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라면서도 “다만 잠을 자기 직전에는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무렵에 격렬한 운동을 하면 교감 신경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설령 잠을 자더라도 자주 깨게 하므로 숙면을 방해한다. 환한 조명에서 운동하는 것도 몸을 더 깨우는 역할을 한다.

가장 좋은 운동 방법은 따로 있다. 일단 불빛을 낮춘다. 어둑어둑한 가로등 정도의 조명이 좋다. 운동 강도는 경도에서 중등도까지가 좋다. 근력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이 수면을 촉발할 수 있다.


●수면 패턴 무너지면 중병 올 수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만성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수면 패턴이 무너진 게 병의 원인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최근 주 교수를 찾아온 58세 남성 A씨가 그랬다.

A 씨는 젊었을 때부터 코골이가 심했다. 하지만 워낙 쉽게 잠이 들었고, 중간에 깨는 일도 거의 없어 수면 장애에 대한 의심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자다가 가슴이 덜커덩거리는 느낌에 깼다. 숨도 잘 안 쉬어졌다.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았더니 심장부정맥을 진단받았다. 나중에 A 씨는 관상동맥 협착도 발견됐고 중증 수면무호흡증도 진단받았다. 중증 수면무호흡증이 심장질환으로 악화한 사례인 셈. 실제로 이런 경우 심장질환의 위험성은 2배 정도 높다.

69세 된 남성 B 씨는 건망증으로 병원에 왔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젊을 때부터 코골이와 무호흡증이 있었다. 기억력 클리닉에서 검사한 결과 B 씨는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B 씨 또한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상태였다. 너무 오래 방치한 탓에 뇌의 노화가 많이 진행된 데다 뇌혈관까지 손상돼 인지장애로까지 이어진 것.

A 씨와 B 씨 모두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주 교수는 “숙면을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다면 수면무호흡증이 원인일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수면제와 같은 약에만 의존했다가 병을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불면 증세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수면다원검사로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숙면을 위한 생활 습관 만들기>

규칙적으로 취침하고 기상한다.
오전에는 밝은 빛에 노출시키고 저녁 시간에는 제한한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30분 이상 이행한다.
취침 3~4시간 전부터는 가급적 금식한다.
취침 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다.
커피는 취침하기 10시간 전까지만 마신다.
술은 숙면의 적. 금주한다.

자료 :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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