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치면 수명 연장…78세에도 주 3회 이상 즐겨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5-01-11 12:00 수정 2025-01-11 12:00
“제가 초등학교 시절 씨름은 물론, 축구, 육상 등 못하는 운동이 없었어요. 전남 곡성에서 저 모르면 간첩이었죠. 축구 선수로 광주 북중에 가려고 했는데 중학교를 전북 남원으로 가면서 못하게 됐죠. 자형이 남원에서 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절 그곳으로 보냈죠. 거긴 축구부가 없었어요. 우연히 연식정구를 치면서 접한 테니스가 제 평생 친구가 됐죠.”
남원 용성중에는 축구부가 없었다. 누나 자형 식구랑 학교 관사에서 지냈는데 연식 정구장이 있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정구를 쳤고,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 대회까지 나가게 됐다. 그때 테니스 선수 출신 지도자를 만나게 돼 본격적으로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남원고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다. 19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했고, 전 한국선수권과 종별선수권 등 국내 대회를 여러 차례 제패하며 한국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는 국내 최초로 윔블던 등 해외 유명 테니스대회에 출전하며 국제 수준의 감각을 익혔다. 그는 “산업은행 선수 시절인 1973년 당시 테니스광이었던 고 김종필 총리께서 윔블던과 이탈리아오픈, 독일오픈,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기회를 줬다. 그때부터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1975년 호주로 6개월 유학을 다녀와 국내에 ‘서브 앤 발리’란 선진기술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 현대중공업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선수들을 미국 서킷대회에 출전시켰고, 이우룡, 노갑택, 송동욱 등 스타 선수들을 배출했다. 1984년엔 데이비스컵 대표팀 감독으로 비수교국인 중국 땅을 밟기도 했다.
“제가 테니스를 잘 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고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 고 전두환 고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과도 테니스를 쳤죠.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 원할 땐 언제든 달려갔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였던 유영구 전 명지대 이사장과 아산재단 이사장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과도 쳤죠. 정 전 의원과는 아직도 자주 치고 있습니다.”
“올해 22살인 신예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보면 훈련도 열심히 하고,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요. 지도자와 마사지사 등…. 이제 테니스는 혼자 할 순 없어요. 테니스에 전념하는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위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알카라스는 파리 올림픽 단식에서 은메달을 땄고, 윔블던을 정복했죠. 우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시니어연맹 회장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호를 딴 효천(曉泉)배 시니어대회를 10년 가까이 개최하고 있다. “기존 시니어대회에는 선수 출신이 출전할 수 없었죠. 제가 둘 나이 합쳐 115세부, 130세부로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선수가 끼어도 비슷하게 플레이가 되니 불만이 없더라고요. 여자는 나이에 10세를 더해 인정해 줬죠. 50세면 60세로 복식 파트너를 찾을 수 있어요. 그랬더니 여자도 남자와 팀으로 복식 경기가 가능했죠.”
“테니스는 두 사람만 있어도 칠 수 있어요. 파트너가 없으면 벽에 쳐도 되죠. 그리고 테니스는 신사 스포츠로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활동력이 떨어진 분들은 파트너에게 부탁해 게임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치며 즐길 수 있어요. 테니스를 칠 경우 기대 수명이 높아진다는 과학적인 결과도 있어요. 테니스가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입니다.”
2018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5년 동안 857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게 나왔고, 그중 테니스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테니스를 칠 경우 기대수명이 9.7년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드민턴이 6.2년, 축구가 4.7년이었다. 수영과 조깅은 각각 3.4년과 3.2년, 헬스가 1.5년이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효천클럽과 시니어연맹, 화목회 등에 나가 주 3~5회 테니스를 친다. 한번 칠 땐 2시간. 2코트 이상 빌려서 회원들과 돌아가며 치기 때문에 하루 3세트 정도는 친다. 6게임을 먼저 따는 1세트 경기가 짧게는 10여분 많게는 20~30분 걸리니 최소 1시간 정도는 테니스를 치는 셈이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제 방문에 문틀 철봉을 설치했어요. 또 고정식 자전거, 레그익스텐션 및 레그컬 등 하체 및 상체, 허리 운동할 수 있는 기구도 갖춰놨어요.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몸을 푸는 것을 시작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운동을 한 뒤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근육에 힘이 있어야 운동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그게 비결입니다.”
“제 지인들이 최소 20년은 더 테니스 치자고 합니다. 즐겁게 테니스 치며 건강을 다지고,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며 사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어떤 분은 100세 넘을 때까지 치자고 하는데 그건 지나친 욕심 같고요. 일단 95세까지는 테니스를 칠 생각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문일 현우서비스 대표가 서울 구로구 고척동 귀뚜라미그린테니스코트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테니스에 입문한 그는 평생 라켓을 놓지 않고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주 3회 이상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문일 현우서비스 대표이사는 올해로 일흔여덟의 나이에도 주 3회 이상 테니스를 친다. 중학교 1학년 때 테니스에 입문한 뒤 평생 테니스를 즐기며 살고 있다. 국가대표선수 및 국가대표 감독을 했고, 직장생활 및 사업을 하면서도 라켓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 들인 운동 습관이 내 평생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고 했다.남원 용성중에는 축구부가 없었다. 누나 자형 식구랑 학교 관사에서 지냈는데 연식 정구장이 있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정구를 쳤고, 지역 대회는 물론 전국 대회까지 나가게 됐다. 그때 테니스 선수 출신 지도자를 만나게 돼 본격적으로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남원고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다. 19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했고, 전 한국선수권과 종별선수권 등 국내 대회를 여러 차례 제패하며 한국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문일 대표가 서울 구로구 고척동 귀뚜라미그린테니스코트에서 볼을 받아넘기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 대표는 국내 최초로 윔블던 등 해외 유명 테니스대회에 출전하며 국제 수준의 감각을 익혔다. 그는 “산업은행 선수 시절인 1973년 당시 테니스광이었던 고 김종필 총리께서 윔블던과 이탈리아오픈, 독일오픈,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기회를 줬다. 그때부터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1975년 호주로 6개월 유학을 다녀와 국내에 ‘서브 앤 발리’란 선진기술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 현대중공업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선수들을 미국 서킷대회에 출전시켰고, 이우룡, 노갑택, 송동욱 등 스타 선수들을 배출했다. 1984년엔 데이비스컵 대표팀 감독으로 비수교국인 중국 땅을 밟기도 했다.
김문일 대표의 선수 시절 모습. 김문일 대표 제공.
테니스는 사회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현대해상화재보험 호남본부장을 할 때 3년 내내 전국 9개 본부 중 실적 1위를 했다. 선수와 지도자 하다 영업하라고 해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는 줄 알았고 실망했었다. 그런데 해보니 사람 관리는 다 똑같았다. 테니스 치듯 성실히 기본을 지켰더니 전국 최고가 됐다”라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저명인사들하고도 테니스로 교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보험 영업 및 사업할 때 테니스 때문에 연결된 것도 많았다.“제가 테니스를 잘 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고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 고 전두환 고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과도 테니스를 쳤죠.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 원할 땐 언제든 달려갔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였던 유영구 전 명지대 이사장과 아산재단 이사장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과도 쳤죠. 정 전 의원과는 아직도 자주 치고 있습니다.”
김문일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테니스국가대표팀 감독으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모습. 당시엔 테니스가 시범종목으로 열렸다. 앞줄 왼쪽이 이수산나, 앞줄 가운데가 노갑택. 김문일 대표 제공.
김 대표는 대한테니스협회 전무로 엘리트선수를 키웠고, 국민생활체육전국테니스연합회 회장,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회장을 하면서 생활체육 발전에도 관심을 가졌다. 최근 한국 엘리트 테니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전반적으로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올해 22살인 신예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보면 훈련도 열심히 하고,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요. 지도자와 마사지사 등…. 이제 테니스는 혼자 할 순 없어요. 테니스에 전념하는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위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알카라스는 파리 올림픽 단식에서 은메달을 땄고, 윔블던을 정복했죠. 우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시니어연맹 회장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호를 딴 효천(曉泉)배 시니어대회를 10년 가까이 개최하고 있다. “기존 시니어대회에는 선수 출신이 출전할 수 없었죠. 제가 둘 나이 합쳐 115세부, 130세부로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선수가 끼어도 비슷하게 플레이가 되니 불만이 없더라고요. 여자는 나이에 10세를 더해 인정해 줬죠. 50세면 60세로 복식 파트너를 찾을 수 있어요. 그랬더니 여자도 남자와 팀으로 복식 경기가 가능했죠.”
김문일 대표(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2017년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아시아 도시대항 시니어팀 테니스대회를 개최한 뒤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문일 대표 제공.
효천배에는 과거 정관계 및 경제계에서 활약했던 테니스 마니아들이 다 출전한다. 각 부가 복식 64드로이니 각 128명씩, 총 256명이 출전한다. 대회를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코트에서 개최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경기하고 싶은 명망가들이 많이 참석한다. 김 대표의 호 효천은 헌법재판관 출신 김양균 변호사(88)가 지어줬다. 그는 “내가 새벽의 샘물처럼 깨끗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계속 그렇게 살라고 붙여 줬다”고 했다. “테니스는 두 사람만 있어도 칠 수 있어요. 파트너가 없으면 벽에 쳐도 되죠. 그리고 테니스는 신사 스포츠로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활동력이 떨어진 분들은 파트너에게 부탁해 게임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치며 즐길 수 있어요. 테니스를 칠 경우 기대 수명이 높아진다는 과학적인 결과도 있어요. 테니스가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입니다.”
2018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5년 동안 857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게 나왔고, 그중 테니스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테니스를 칠 경우 기대수명이 9.7년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드민턴이 6.2년, 축구가 4.7년이었다. 수영과 조깅은 각각 3.4년과 3.2년, 헬스가 1.5년이었다.
김문일 대표(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인들과 테니스를 친 뒤 포즈를 취했다. 김문일 대표 제공.
테니스를 주기적으로 칠 경우 기대수명을 높여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첫째는 테니스클럽 등 동호회 활동에 따른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테니스는 파트너가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클럽이나 동호회가 형성된다. 그리고 대부분 대회에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대회를 복식으로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며 살 수 있어 나이 들면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이나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는 적당한 운동을 통한 신체 건강 유지다.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효천클럽과 시니어연맹, 화목회 등에 나가 주 3~5회 테니스를 친다. 한번 칠 땐 2시간. 2코트 이상 빌려서 회원들과 돌아가며 치기 때문에 하루 3세트 정도는 친다. 6게임을 먼저 따는 1세트 경기가 짧게는 10여분 많게는 20~30분 걸리니 최소 1시간 정도는 테니스를 치는 셈이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제 방문에 문틀 철봉을 설치했어요. 또 고정식 자전거, 레그익스텐션 및 레그컬 등 하체 및 상체, 허리 운동할 수 있는 기구도 갖춰놨어요.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몸을 푸는 것을 시작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운동을 한 뒤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근육에 힘이 있어야 운동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그게 비결입니다.”
김문일 대표가 서울 구로구 고척동 귀뚜라미그린테니스코트에서 양 팔을 들어 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골프 핸디도 아직 7~8개로 자주 싱글을 친다. 지난해에 78타를 쳤으니 올해 78타를 치면 에이지슈트(Age Shoot·자신의 나이보다 적거나 같은 스코어)도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나이에도 이렇게 건강한 게 너무 행복하다.“제 지인들이 최소 20년은 더 테니스 치자고 합니다. 즐겁게 테니스 치며 건강을 다지고,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며 사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어떤 분은 100세 넘을 때까지 치자고 하는데 그건 지나친 욕심 같고요. 일단 95세까지는 테니스를 칠 생각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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